글로벌 인플레이션·금리 인상 여파
“재고자산 증가·금융수익 감소세 이어질 것”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LG전자의 재고자산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난 2분기에 급증하고, 금리인상 여파로 재무 구조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자산 효율성을 평가하는 척도인 회전율 수치도 나빠졌다.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으로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LG전자의 재고와 재무 부담은 연말까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LG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연결 기준 2분기 재고자산은 9조6844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3275억원) 대비 약 16.3% 증가했다.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담당하는 BS(비즈니스솔루션) 사업본부를 제외하면 모든 사업부의 재고자산이 증가했다. H&A(생활가전) 사업본부는 전년동기대비 22.6%, HE(TV) 사업본부는 6.5% 늘었다. 지난 2015년 4분기 이후 26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VS(전장) 사업본부도 재고자산이 25.2% 증가했다.

LG전자 사업부별 재고자산 추이 /자료=LG전자,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재고가 늘어난 건 가전제품 수요 감소 여파로 분석된다. 이정희 LG전자 HE사업본부 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지난달에 열린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영향으로 TV 수요가 부진하고 유통재고가 증가한 게 사실”이라며 “특히 북미와 유럽 등 선진 시장 중심으로 수요가 급감해 유통재고가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VS사업본부의 재고 증가는 H&A·HE사업본부와 결이 다르다는 게 LG전자 입장이다. 회사 측은 VS사업본부가 수주 산업의 특성을 띠고 있는 만큼 재고 증가가 사업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영 효율성 지표인 재고자산 회전율도 악화 추세다. 이는 매출원가를 기초와 기말 재고자산 평균값으로 나눠 계산하는 수치인데, 숫자가 높을수록 적정 재고를 유지한단 의미다.

LG전자 2분기 재고자산 회전율은 6.1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6.5회)보다 낮아졌다. 지난 5년을 통틀어도 가장 낮은 수치로 2018년 재고자산 회전율은 7.8회, 2019년 7.9회, 2020년 7.1회, 지난해 6.5회로 집계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으로 생활필수품 위주의 지출이 증가하고 가전 수요가 감소한 점이 재고가 늘어난 원인으로 보인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면서 가전제품 판매량이 줄어든 부분도 재고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전자 금융손익 추이. /자료=LG전자,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LG전자는 2분기 금융 손익에서도 72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나타낸 361억원 적자보다 규모가 늘었고, 1분기 16억원 흑자 대비 수익성이 악화됐다. 2분기 실적 악화와 금리 인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 기조로 이자 부담도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는 2분기 차입금 규모가 10조4213억원으로 높은데, 금리가 1% 올라갈 경우 이자 비용은 약 43억원 증가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금리 1% 인상시 늘어나는 이자 비용이 22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이 2배가량 높아진 셈이다.

성 교수는 LG전자 금융손익 적자 전환에 대해 “전반적인 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의 금융 비용이 올라가는 추세”라며 “이게 회사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 입장에서는 금융 원리금 상환을 계속 관리해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중앙은행이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간다고 예고하면서 LG전자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다양한 방편으로 저리 조달을 확대해 금융비용 증가를 최소화하고 금리 상승시 늘어나는 이자수익으로 신규 차입 증가분을 상쇄한단 입장이지만, 이자 부담은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가계 가처분 소득 감소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되면 LG전자의 재고자산은 증가하고 금융수익은 계속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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