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복권으로 등기이사 복귀 및 회장 승진에 대한 부담 사라져
회장 승진과 함께 컨트롤타워 재정비 가능성도

지난 2019년 8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지난 2019년 8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복권과 함께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회장 승진 여부다. 재계에선 사실상 승진을 가로막던 핵심적 리스크가 사라진 만큼, 바로 승진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10년째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다. 이 부회장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갑작스런 와병으로 경영이 불가능해지면서 그룹 세대교체를 이끌어왔다. 그러다 2016년 등기이사에 선임되며 본격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의 책임경영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이 때도 회장 승진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다. 부친이 와병 중인 상황에 승진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고, 이 부회장은 구속되고 실형을 받았다.

이후 석방과 구속을 반복해온 이 부회장은 최근까지도 몸만 바깥에 있을 뿐 자유의 몸이 아니었다. 주요 국면마다 전면에 나서긴 했지만 일을 하면서도 눈치를 봐야 하는 형태의 활동을 계속 이어갔다. 가석방 상태에선 취업 및 출국이 제한된다.

이번 사면으로 이 부회장은 취업제한 상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가 됐다. 이 때문에 가장 우선적으로 회장 승진과 함께 조직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대그룹 중 총수가 회장이 아닌 곳은 삼성뿐이다.

회장 승진에 나서기 위해선 우선 미등기임원인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다시 올라서야 한다. 내년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 선임에 나서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칩4 동맹’ 등 시장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 더 이상 승진을 미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이 부회장을 복권시켜준 것이 사실상 경제에 기여를 하라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법무부는 이번 주요 경제인 사면 복권 조치 이유와 관련,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으로 국가경제의 역동성과 활력이 저하되어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며 “적극적 기술투자와 고용창출로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주도하는 주요 경제인들에 대한 엄선된 사면을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에서 근무한 오 다니엘 이사를 IR팀 부사장으로 영입했는데, 이를 두고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대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바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도 사실상 회사 경영과 관련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내이사로서 회장 승진하게 될 경우 더욱 강력하게 그룹체질 개선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 예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회장 승진 후 그룹 체질을 빠르게 개선시키고 해외 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가능성과 동시에 컨트롤타워 재건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재계 핵심 인사는 “지금도 사업부문별로 헤드조직이 있긴 하지만,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 더욱 강력하게 그룹경영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고 회장을 보좌할 조직이 필요해진다”며 “과거 미래전략실(미전실)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았던 부분들에 대해 개선을 이룬 만큼, 사업에 포커스를 맞춘 새로운 그룹 컨트롤타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