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사면 총수 이건희·정몽구·김승연, 기업·경제 살리기 초점
2010년대 최태원·이재현, 투자 및 대외 활동으로 국가위상 높이기 앞장
재계 “광복절 특사 이재용·신동빈, 민생과 경제회복 기여 기대”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올해 광복절 사면은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회복에 중점을 뒀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경제 불안 및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 등 기업인들을 사면·복권 명단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그의 판단처럼 총수의 사면은 해당 기업 및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윤 대통령 외에도 역대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명분 아래 많은 기업인을 사면 조치했다.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에서 총수들이 자유로워지면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 및 고용 발표가 이어져왔다. 2000년대 이후 사면된 주요 총수들의 사례 및 행보를 통해 특별사면이 기업과 국가에 실제로 영향이 있었는지 살펴봤다.

이건희 삼성 회장(왼쪽부터)과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 사진=각사

◇ 이건희·정몽구·김승연, 사면 후 기업 주가·시총 상승 기여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은 2000년대에 사면된 대표 총수들이다. 정몽구 회장과 김승연 회장은 2008년 광복절 특사, 이건희 회장은 2009년 말에 각각 사면 조치를 받았다.

이들의 특징은 사면 후 대규모 투자 발표와 함께 해당 기업의 사업 활성화에 집중해 주가 및 시가총액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경우 사면 직후의 주가를 3년 만에 2배가량 끌어올렸다. 이 회장이 사면 조치를 받은 당시 삼성전자의 주가는 79만9000원이다. 1년 후에는 94만5000원, 3년 뒤에는 152만2000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사면 직후와 비교해 1년 후 18.3%, 3년 뒤에는 90.5% 오른 수치다.

그는 사면 직후 15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가전 및 휴대폰 사업 등의 활성화에 앞장섰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냉장고 폭발 사건 등 품질 논란을 뒤로 하고 소비자로부터 신뢰 회복에 성공했다.

정몽구 회장과 김승연 회장의 사면도 기업의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정 회장이 사면될 당시 현대차의 주가는 7만1900원이다. 3년 후 8만9600원으로 24.6% 올랐다. 한화 역시 김 회장이 광복절 특사 명단에 이름을 올릴 시기 3만9750원에서 3년 뒤에는 4만2100원으로 5.9% 상승했다.

아울러 정 회장과 김 회장 모두 이 회장처럼 사면 복권 후 투자 계획을 발표해 경제 활성화에 앞장섰다. 현대차와 한화 모두 11조원을 그룹의 핵심 사업에 투입했다. 또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취업 시장이 얼어붙자 대규모 채용 계획을 발표해 고용 시장 안정화에도 힘썼다.

최태원 SK 회장(왼쪽)과 이재현 CJ 회장.
최태원 SK 회장(왼쪽)과 이재현 CJ 회장. / 사진=각사

◇ 최태원·이재현, 사면 후 국가 위상 높이기 주력

최태원 SK 회장과 이재현 CJ 회장, 김준기 전 DB 회장 등은 2010년대에 사면 조치를 받은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들 역시 2000년대 사면된 총수들처럼 투자 계획을 발표해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는 한편 국가 위상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다만 앞선 시기의 총수들처럼 기업의 주가 상승 등에는 큰 역할을 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태원 회장은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았다. 당시 SK의 주가는 29만8500원이었지만, 1년 후 22만6500원, 3년 뒤에는 26만500원에 머물렀다. 사면 직후와 비교해 1년 뒤에는 24.1%, 3년 후에는 12.7% 떨어졌다.

CJ와 DB(옛 동부)도 마찬가지다. 이재현 회장이 사면 조치를 받을 당시 CJ의 주가는 20만3000원이었지만 3년 후에는 7만6900원이 됐다. DB 역시 김준기 전 회장이 사면될 당시 2만5000원에서 3년 후 5760원으로 크게 하락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2010년대 들어 총수들의 사업 결정권 및 판단력, 권한 등이 2000년대와 비교해 줄어들었다”며 “이사회의 권한 강화로 계열사들의 독자 경영이 강화돼 총수들의 사면이 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 회장과 이 회장 등의 사면은 경제 활성화와 함께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최 회장과 이 회장은 사면 직후 각각 46조원, 5조원을 주요 사업에 투자해 관련 산업 생태계를 크게 확장하는데 기여했다.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최근 부산엑스포 유치 및 대·중견·중소기업의 활성화 방안 모색에 주력하고 있다. 또 한식의 세계화 및 산업화를 성공시키기 위해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회장은 ‘문화보국’이란 꿈을 이루기 위해 콘텐츠 사업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K-컬처 붐’을 일으켜 국내 문화산업 융성에 성공했다. CJ를 식품회사에서 글로벌 문화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지난 15일 광복절 특별 사면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처럼 국가 위상을 높이는데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최 회장과 함께 부산엑스포 유치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확실시된다. 신 회장 역시 이 회장처럼 식품 및 콘텐츠 분야에서 한국의 이름을 알리는데 앞장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 총수는 이제 기업의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할까지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위치”라며 “이들의 사면은 기업의 조직안정과 함께 사회적 기여 방안 모색 등으로 이어져 국가 위상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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