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만으로는 장기 수익 어려워"
서비스 고도화·해외 진출·금융상품 연계 등
아트테크 업계, 사업 영역 확장 속도전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미술품 투자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온라인 아트테크(Art-tech)’ 열기가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전통적인 미술품 구매 시장에 온라인 플랫폼과 조각투자 등 접근방식이 다각화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투자자들이 대거 아트테크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미술품 투자 열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MZ세대의 핫한 재테크 키워드로는 ‘미술품 조각투자’가 대표적이다. 조각투자란 혼자 투자하기 어려운 거액의 자산을 여러 조각으로 쪼개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와 공동으로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조각투자 플랫폼은 공동구매한 자산 가격이 오르면 되팔아 투자자들에게 조각 수에 비례해 수익을 나눠준다. 그간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술품’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MZ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아트테크 플랫폼 투자 유치 현황./ 표=정승아 디자이너

 

◇ 조각투자 외에 新수익원 발굴 초읽기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는 이달 17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유치를 마무리했다. 기업가치는 약 1000억원 수준으로 업계 1위를 인정받았다. 신규 투자자로 한화투자증권과 유온인베스트먼트가 Co-GP(공동 업무집행조합원) 형태로 참여했고, 롯데렌탈과 KT인베스트먼트, DS자산운용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열매컴퍼니는 이번 시리즈 B 투자로 확보한 현금을 기반으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열매컴퍼니에 따르면 오픈마켓 플랫폼 버즈아트를 올 초 인수, NFT(대체불가토큰) 및 미술품 인테리어 사업을 준비 중이다. 또 내년 상반기엔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조만간 IPO 준비 절차에 본격 돌입할 방침이다. 새 수익원 확보를 위해 미술품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한 인테리어 제작 사업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최대 1000억원 규모의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을 매입할 예정이다. 또 시리즈B 라운드 신규 투자자인 DS자산운용과 함께 미술품 담보대출, 아트펀드 조성 등 국내 미술시장에 새로운 유동성을 공급할 미술금융 시장 개척에도 나설 계획이다.

열매컴퍼니 관계자는 “이번 시리즈B 라운드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면서 확보한 현금유동성을 바탕으로 신규 사업 진출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새로운 수익원 개발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IPO를 목표로 상장을 준비 관련 논의가 회사 내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인 아트투게더(법인명 주식회사 투게더아트)가 케이옥션으로부터 전략적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아트투게더는 이번 전략적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케이옥션과 여러 미술 분야에서의 업무협력을 통한 미술품 공동구매 서비스 사업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아트투게더는 미술품 분할소유권 판매, 유통, 렌탈 및 준법 경영 등에 필요한 IT 및 보안 시스템 개발을 협력하고 케이옥션은 미술품 구입, 판매 및 경매를 지원할 방침이다. 아트투게더는 미술 분야에서의 업무협력을 통해 공동구매 작품의 제공범위와 매각구조를 폭넓게 강화해 아트테크 플랫폼 시장을 다방면으로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아트투게더 관계자는 “미술품 대중화 실현이라는 목표가 케이옥션의 사업 지향점과 맞아떨어졌다”며 “양사 간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폭넓은 미술품 구매 기회를 대중에게 제공하고 글로벌 아트테크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해외 진출로 고객층 확대···사업 영토 넓히기

지난해 12월 40억원 규모의 시리즈A를 마무리한 ‘테사’는 해외 진출을 목표 삼았다. 시리즈A 투자 유치를 통해 확보한 투자금을 활용해 국내외 플랫폼 이용자 확대에 나선 것이다. 테사는 자사의 조각투자 플랫폼을 이용해온 고객들이 일정 투자 비용을 지정하면, 작품이 열리는 시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자동으로 작품에 투자하는 ‘구독 모델’ 도입을 준비하는 한편,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서비스도 구축할 예정이다.

현재는 국내보다 미술품 거래가 활발한 해외 시장 진출 준비에 앞서 서비스 고도화에 필요한 기술 및 인력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해외 진출 첫 번째 국가로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염두하고 있다. 이어서 일본과 이탈리아, 아랍에미리트(두바이) 진출도 목표하고 있다.

테사 관계자는 “지난 시리즈A 투자와 추가적으로 이어진 투자를 기반으로 글로벌 서비스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며 “홍콩과 싱가포르는 블루칩 아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지역이고, 실제 거래도 매우 활발해서 시장에 참여하는 자본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아트테크 업계 관계자는 “그간 미술품은 수십억의 가격을 넘나드는 일반인 투자자가 취급하기 어려운 분야로 인식돼 왔다”며 “다만, 소액 투자자도 조각투자를 통해 고가의 미술품 구매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비교적 여유 자금이 적은 MZ 세대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이 최근 몇 년간 미술품 조각투자가 성행하게 된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수의 아트테크 플랫폼으로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금융권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라며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닌 금융권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미술금융상품 등 새로운 투자 상품 및 서비스 개시를 통한 사업 아이템 다각화 기대감까지 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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