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중견 건설사 일색···“흥행 장담 못해”
대형사 “수익성 없고 리스크만 높아”

/ 자료=국토교통부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택공급 확대방안이 대형 건설사로부터 외면을 받는 모습이다. ‘민간 사전청약’과 ‘누구나집’ 모두 중견 건설사 일색이다. 시장 선호도가 높은 대형사 브랜드의 공백으로 흥행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집값 안정화 역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토교통부는 민간 사전청약 최초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민간 사전청약으로 올해 6000가구, 내년 3만8000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공공분양에만 적용되던 사전청약을 공공택지 내 민간 분양 물량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선호도가 높은 민간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 참여로 시장안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시장에선 '래미안'∙'자이'∙힐스테이트' 등 대형사 브랜드 아파트가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대형사 참여는 전무했다. 이번에 발표된 민간 사전청약은 대부분 중견사 물량이다. 1차 사전청약으로 오산세교2(1400호∙우미건설), 평택고덕(600호∙호반건설), 부산장안(500호∙중흥건설)이 확정됐다. 다음 달 2차 사전청약이 예정된 인천검단(2700호), 평택고덕(700호) 역시 중견사 물량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대형사들은 민간 사전청약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 왔다. 현재 시공능력평가 10위 건설사 중 사전청약 참여를 추진하는 곳은 한곳도 없다. 인센티브보단 이미지 훼손과 비용 증가 등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전청약을 하게 되면 7~8년을 기다려야 하는 데 그 사이 발생하는 리스크를 건설사들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며 “향후 건축비 인상률이나 설계변경 과정에서 분양가가 상당 부분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도 예비 분양자들의 대규모 민원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누구나집 시범사업 공모 사업지 개요 / 자료=국토교통부

집값의 10%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어 관심을 모은 ‘누구나집’ 사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공모한 누구나집 시범사업지 6개 우선협상 대상자로 계룡건설 컨소시엄·제일건설 컨소시엄·우미건설 컨소시엄·극동건설 컨소시엄·금성백조주택 등을 선정했다. 18위 계룡건설을 제외하면 모두 20위권 밖 중견사들이다.

누구나집은 집값 10% 수준의 보증금을 내고, 10년 동안 주변 시세의 85~95% 수준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이다. 분양전환 가격을 미리 확정해 입주자는 10년 후 상황에 따라 분양전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확정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할 경우 차익은 분양 전환자(입주자)가 가져간다.

반면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는 주택 가격 하락 시 발생하는 미분양 등 손실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 10년간 자금이 묶이는 데다 리스크가 뒤따르지만, 수익률도 연 1.5% 수준에 불과하다. 대형사들은 주택시장이 좋은 상황에서 굳이 위험부담이 있는 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앞으로도 정부가 대형사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 같은  민간 사전청약과 누구나집은 대기업이 관심가질 부분이 아니다”며 “이를 반영하듯 이번에 발표된 사업자들 모두 중견사들이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선호도가 높은 대형사 참여 없이는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며 “공급 확대 방안이 관심을 받는 데 실패한다면 집값 안정화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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