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불법합병·프로포폴 3개 사건 모두 태평양이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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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9일 첫 공판기일을 앞두고 변호인단을 교체했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1심 대표 변호사 격으로 활동한 태평양의 송우철 파트너 변호사가 합류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이 기소된 사건 3개를 모두 태평양에 맡겼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태평양 소속 송우철, 윤지효 변호사를 선임했다. 법무법인 광장과 율우 소속 변호사들은 이에 맞춰 사임계를 제출했다.

송 변호사는 엘리트 법관 출신이다. 송 변호사는 1990년 판사로 임관한 이래 각급 법원의 판사, 대법원 조사심의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수석재판연구관 등을 거쳐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겸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역임했다. 2013년 퇴직해 총 23년 6개월간 법관으로 재직했다.

송 변호사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대표’ 격으로 변호인단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9월 2심 재판부가 정형식 부장판사가 재판장인 서울고법 형사13부로 결정되자 사임했다. 정 부장판사와 송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동기다. 두 사람의 사적 연고가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송 변호사가 항소심 변론에서 빠졌다는 법조계 이야기도 있다. 송 변호사 사임 후에도 태평양 소속 다른 변호사가 계속 변호인단에 남았다.

송 변호사는 이 부회장의 불법합병·회계부정 의혹 사건에도 이름을 올린 상태다. 국정농단 사건을 포함해 총 3건의 형사사건에서 이 부회장을 변호하고 있는 셈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건과 불법합병·회계부정 의혹 사건이 연결돼 있어서 사건을 잘 파악하고 있는 변호사에게 계속 사건을 맡기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 같다”며 “태평양의 변호를 받아 국정농단 사건 2심에서 크게 감형받은 이 부회장이 태평양 측을 계속 신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평양 측은 또 전날 재판부에 공판기일변경신청서를 제출했다. 사건을 새로 선임한 만큼, 공소사실과 쟁점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변론 방식을 정하기 위해 추가 시간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변호사 선임과 기일변경 요청 배경에 대한 질문에 태평양 측 관계자는 “의뢰인과의 비밀유지 의무에 따라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의혹은 뉴스타파의 보도로 시작됐다. 이후 공익신고를 받은 국민권익위원회가 검찰에 수사의뢰 했다. 이 부회장 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는데, 수사심의위는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 중단을 권고한 바 있다. 기소와 관련해서는 가부 동수가 나왔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벌금 5000만원에 약식기소했으나, 법원은 직권으로 이 부회장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검찰이 사후에 공판 회부를 신청했다는 입장을 냈지만, 법원 결정과 무관하다.

법원에 따르면 공판절차 회부와 관련 검찰과 피고인 측에 신청권은 존재하지 않고 법원의 결정이 검찰의 의견이 기속되지도 않는다. 약식명령 청구 이후 약식명령이 발령됐을 경우에만 검사나 피고인이 고지일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벌금 5000만원은 향정 혐의 법정형의 벌금 상한(7500만원)보다 낮아 약식기소가 불가능한 사례는 아니지만,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높은 벌금액과 이 부회장이 무죄를 주장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식재판 회부를 결정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이 부회장 약식기소 이후 경찰이 추가로 송치한 프로포폴 불법투약 혐의 사건처리 방향을 검토 중이다. 혐의없음 처분하거나 별건으로 기소할 여지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포괄일죄’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찰도 같은 결론을 내릴 경우 공판기일에서 공소장변경신청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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