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내부 “‘경제’ 강조한 법무부, 사실상 경제활동 하라는 것”
“취업제한 입법 취지에 반해” 우려도···박범계 “논의 이르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법무부의 취업제한 통보로 취업이 제한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이후 경영에 복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법무부는 가석방 사유로 ‘경제’를 강조했는데, 이 부회장의 취업승인 신청이 있다면 이를 승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오는 13일 가석방되는 이 부회장은 현재 취업제한 상태로 출소나 형 집행 종료 후 곧바로 삼성전자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은 횡령·배임 등의 범죄로 자신이나 제3자가 5억원 이상의 재산상 이익을 취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취업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공범 관계에 있는 박상진 전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가 범행 당시 재직했던 삼성전자가 특경가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해당해 취업제한 대상이 된다. 법무부는 이 같은 사유로 지난 2월 이 부회장에게 취업제한을 통보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법무부에 별도의 취업승인을 신청해 경영에 복귀가 가능하다. 특경가법 제14조의 2항은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 제한에서 제외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취업 승인을 신청하면 법무부 장관 자문 기구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가 심의를 하고, 법무부 장관이 최종 승인하는 구조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이 부회장이 조만간 취업승인을 신청할 것이고 법무부도 이를 승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가 가석방 사유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을 강조한 것은, 사실상 경영에 복귀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라는 ‘미션’을 줬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아직 출소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언급하기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가석방 사유를 해석해보면 이 부회장에게 경제활동을 하라는 내용이다”고 말했다.
재계도 이 부회장 경영복귀와 행정적 배려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가석방은 취업제한, 해외출장 제약 등 여러 부분에서 경영활동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 부회장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법무부가 이 부회장의 취업신청을 승인하는 것은 범죄자의 불법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회사에 취업을 제한해 기업체를 보호하는 특정경제범죄법 취업제한규정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부회장은 유죄 선고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상근 부회장(미등기임원)에서 비상근 부회장(미등기임원)으로 근무형태만 변경했을 뿐, 여전히 삼성전자의 임원으로 있으면서 법무부의 취업제한 통보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법무부장관은 법 위반상태를 시정하지 않는 직무유기 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취업승인까지 된다면 매우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문제와 관련, “(논의가) 너무 이르다. 고려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취업 제한 문제와 가석방은 전혀 다른 제도”라며 “가석방은 가석방대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