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의원들 중심 입법 필요성 제기···“기본소득·구글세 보완 측면 긍정적”
기업 부담 국민에 전가 가능성 우려···증세로 받아들이면 추진 난관 예상 

/ 표=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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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일상 생활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사용한 기업을 대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데이터세 법안 추진이 논의되고 있다. 이른바 구글세의 새 방안으로 제대로 다듬어진다면 새로운 세원과 기본소득 재원을 확보한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자칫 국민들이 사실상의 증세로 받아들인다면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최근 여권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데이터세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세는 개인의 인적정보와 기업의 산업정보 등을 포함해 생산된 데이터를 사용한 기업을 대상으로 그 대가를 조세로 징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허영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 국회의원 31명이 회원으로 있는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이 주도하고 있다. 이날도 데이터세법 토론회를 열고 법안의 효용성과 보완이 필요한 점을 점검했다. 

법안 내용을 보면 데이터의 수집, 가공, 반출(판매)과정에서 각각 납세의무를 부여했다. 다만 부가가치세처럼 다단계로 과세하지 않고 개별소비세처럼 데이터의 수집, 가공, 반출 과정에서 1회만 납부하도록 하는 단단계 방식을 취했다. 데이터를 원재료로 보고 과세한다는 법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또 데이터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30%까지 세율을 제한하는 탄력세율과 일정기간동안 기본세율보다 적게 납부하는 잠정세율제도도 명시했다. 

데이터세는 현재 기본소득 재원으로 논의되는 국토보유세, 탄소세 등에 비해 세수확보가 안정적, 지속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또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를 방지할 수 있는 이른바 구글세 기능도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김신언 서울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는 “정보기술(IT) 기업들에게 원시 데이터는 원재료 같은 개념이므로 그 데이터 사용에 대한 비용을 받는 것이 데이터세”라며 “구글, 아마존 등과 같은 다국적 IT기업들은 클라우드나 각종 플랫폼 사업을 위해 데이터를 수집해 가공, 판매해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있지만 대가를 거의 지불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경제에서 데이터가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세원으로서의 데이터의 가치에 초점을 맞춰 소비세로 설계다는 설명이다. 데이터가 공공재이기 때문에 거둬들인 세금은 기본소득 재원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데이터세 법안은 세수확보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일 뿐만 아니라 세율을 인상하지 않더라도 데이터의 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세수가 증가하는 종량세 체계를 채택해 충분한 세원을 확보할 수 있다”며 “최근 전세계가 논의 중인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를 방지할 수 있는 이른바 구글세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데이터세는 소득과세 중심의 디지털세에 대한 보완세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안이 좀 더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 한국세무학회 회장인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데이터세는 고유목적이 강한 탄소세나 로봇에 비해 기본소득의 세원을 위한 목적세로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며 “전자화된 파일 형태의 데이터의 경우는 매우 적은 비용으로 데이터의 양을 1기가바이트 미만으로 분할하고 이후에 병합하는 것이 가능해 소액부징수 규정을 악용한 조세 회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이나 기업의 부담 증가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안경봉 국민대 법학과 교수(한국국제조세협회 회장)는 “앞으로 데이터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데이터세를 도입한다고 하는 경우 그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이걸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언급, 상한선 설정에 대한 고민과 디지털 상품의 가격상승 요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경근 전 한국국제조세협회 회장은 “데이터세를 본격적으로 과세하는 국가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데이터세를 도입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관련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도 있어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데이터세는 없던 새로운 세금을 만들어야 하기에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하지만 세원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데이터세도 입법 추진을 한다면 우리나라에서만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국제 조세적인 협상을 고려해 추진해 기본소득과 연결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과 데이터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실제 입법 여부를 가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조세 분야 전문가는 “새로운 세금이 추가된다는 것은 국민들에겐 실제 증세 여부와 관련 없이 부담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데이터세 법안을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자칫 국민들이 증세로 느껴질 만한 부분이 있다면 법안의 취지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정확하게 이해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제사회에서 논의되는 국제 조세 규범과도 충돌할 부분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제대로 정착된다면 다른 나라에 모범적인 사례로 전파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자칫 통상마찰이나 보복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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