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매출 7년 만에 2000억원 감소

자료=NHN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자료=NHN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종합 IT회사로의 변신에 성공한 NHN이 계속되는 게임 부문 매출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에도 불구, 신규 게임들 중 상당수가 흥행에 실패했다. NHN은 올해 기존 캐주얼 게임 대신 미드코어 장르로 활로를 찾겠단 계획이지만, 대형 게임사들의 기대작들이 대거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NHN의 전신은 NHN엔터테인먼트다. 지난 2000년 한게임과 네이버컴이 합병하면서 설립된 구 NHN은 지난 2013년 8월 검색 사업 위주의 네이버와 게임 사업 위주의 NHN엔터테인먼트로 분할했다. 이후 NHN엔터는 2019년 4월 NHN으로 다시 사명을 변경,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게임사에서 종합IT회사로

NHN은 본래 게임포털인 한게임으로 유명한 회사다. 한게임은 국내 최초 온라인 게임포털로 김범수 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지난 1999년 설립했다. 당시 한게임은 포커, 고스톱 등 웹보드 게임을 서비스하며, 설립 1년 6개월만에 회원 1000만명을 모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지난 2000년 네이버컴과 합병한 이후, 회원수 2000만 돌파, 영업이익 100억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2001년에는 온라인 RPG ‘프리스톤테일’, ‘릴온라인’ 등을 서비스하며 퍼블리싱과 채널링 사업에도 진출했다.

그러나 이후 한게임은 직접 개발 또는 퍼블리싱한 게임들이 모두 흥행에 실패하며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마이너스의 손’이란 별명으로 불리게 된다. 2005년 개발비 100억원을 투입한 대작 RPG ‘아크로드’를 비롯해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 온라인’, ‘워해머 온라인’, ‘반지의 제왕 온라인’, ‘던전스트라이커’, ‘에오스’ 등 다양한 게임들을 퍼블리싱했지만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가 지난 2014년부터 NHN의 대표 캐시카우인 웹보드 게임에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히자, NHN은 2013년부터 사업다각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NHN은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와 웹툰 서비스 ‘코미코’ 출시를 비롯해 음원 전문 업체 ‘벅스’를 1060억원에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오른다. 또 인터넷 예매 전문 업체 ‘티켓링크’, 온오프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1300K’, 데이터베이스(DB)보안 전문회사 ‘피앤피시큐어’ 지분을 100% 인수하며 자회사로 편입했다. 아울러 취업포털 ‘인크루트’ 지분 절반도 사들였다.

NHN의 사업다각화는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비게임 매출이 증가하며 지난 2019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도 페이코 등 비게임 부문 사업 선전에 힘입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NHN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6814억원, 영업이익은 1025억원이다. 특히 페이코 관련 사업은 지난해 4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연간 거래액은 7조원으로, 2019년보다 1조원 늘었다.

◇게임 부문 매출 계속해서 감소...신작 흥행 가능성도 ‘미지수’

NHN은 정부가 2014년 도입한 웹보드 게임 규제 이후 줄어든 게임 부문 매출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6198억원에 달했던 게임 매출은 2014년 4915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후 NHN의 게임 매출은 2017년 4759억원, 2018년 4377억원, 2019년 4180억원, 지난해 4090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4월 웹보드 게임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불구, 매출 회복에 실패한 모습이다.

NHN은 게임 부활에 집중했다. NHN은 지난해초 게임부문 조직을 PCD그룹, 프로덕션그룹, 라이브서비스그룹 등 서비스 단계별 조직 체계로 개편했다. 이를 통해 신규 게임발굴과 사업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하고자 했다.

아울러 지난해 하반기 서비스 운영 효율화를 위해 게임 개발 자회사 NHN픽셀큐브와 NHN스타피쉬를 합병했으며 모바일 FPS ‘크리티컬옵스:리로디드’와 인기 만화 IP를 활용한 액션 RPG ‘용비불패M’ 등 다양한 신작 모바일게임을 선보였다.

그러나 용비불패M은 26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200위권을 벗어난 상태다.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보통 게임업계에서는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는 기준을 매출 50위권 이내로 보고 있다. 크리티컬옵스:리로디드 역시 흥행 부진으로 오는 3월 중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기존 모바일게임들도 성적이 좋지 않다.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한게임 포커’의 매출 순위는 41위다. ‘한게임 포커클래식’은 59위, ‘한게임 신맞고’는 84위를 기록 중이다.

NHN은 그동안 집중해 왔던 웹보드게임과 캐주얼 모바일게임 대신 올해부터 미드코어 장르에 집중하겠단 계획이다. 미드코어란 단조로운 캐주얼 게임과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필요한 하드코어 게임의 중간단계에 있는 게임을 말한다.

NHN 관계자는 “기존에는 새로운 캐주얼게임을 통해 사업규모를 확대하려 했으나, 지난해 중반 이후 경영진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껴 왔다”며 “지난해말부터 올해 초까지 기존 캐주얼게임 조직 해체나 프로젝트 중지 등 의사결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NHN은 올해 ‘아이돌마스터 팝 링크스’를 비롯해 좀비 서바이벌 기반의 슈팅 RPG ‘프로젝트 나우’ 등 신작 5종을 출시하겠단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NHN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직접 개발과 퍼블리싱 모두 크게 성공한 적이 없는 상황속에서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개발 일정이 지연됐던 대형 게임사들의 기대작들이 대거 출시되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올해 엔씨소프트 ‘블소2’를 비롯해 다양한 기대작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아직 신규 게임 라인업도 정확히 공개하지 않은 상황속에서 NHN이 올해 안에 얼마나 많은 신작을 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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