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법 개정안 반대 나선 아이템베이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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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최근 게임법 개정안을 두고 게임 이용자들과 게임사들이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아이템거래 중개사이트인 ‘아이템베이’가 자신이 속한 협회를 통해 게임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통해 고가의 아이템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자, 직접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3일 아이템베이는 한국온라인쇼핑협회를 통해 게임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이템베이는 온라인쇼핑협회 감사를 맡고 있다. 특히 해당 입장 표명은 협회에 속한 다른 유통업체들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큰 비난을 받았다.

◇합법과 불법 오가며 줄다리기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게임 속에는 무수히 많은 게임아이템이 존재한다. 일부 게임아이템은 구하기가 어렵거나 성능이 우수해 많은 이용자들이 해당 아이템을 얻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게임아이템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게임시장이 커지면서 게임아이템 현금거래 시장도 덩달아 커지게 됐다. 그 시장 가치가 1조원에 육박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아이템 현금거래는 게임업계의 오랜 고민거리다. 지금까지도 불법과 합법을 오가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게임시장이 커지면서 함께 커진 곳이 바로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이다. 초창기 아이템 거래는 이용자들간 1:1 거래가 주를 이뤘다. 직접 만나거나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한 뒤, 미리 돈을 송금하고 게임속에서 아이템을 받아가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기가 발생했고, 이용자들은 믿을 만한 거래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에 등장한 것이 바로 아이템 거래중개 사이트다. 현재 국내 아이템거래 시장은 ‘아이템베이’와 ‘아이템매니아’ 두곳이 전체 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기업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6년 아이템매니아 지분 100%를 인수하며 국내 아이템거래 시장에 진출했다. 골드만삭스는 아이템매니아를 인수한 이후 꾸준히 아이템베이 인수를 추진했으나 아이템거래 시장 독과점 우려 등으로 인해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2012년 아이템매니아와 아이템베이 합병을 위해 B&M홀딩스를 설립하고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 승인을 받게 된다. 이후 골드만삭스는 매각을 추진했고 지난 2016년 4월 모다정보통신이 이를 인수했다. 이후 모다정보통신은 사명을 모다로 변경했고 현재는 ‘모다→파티게임즈→비엔엠홀딩스→아이엠아이(아이템매니아)·아이템베이’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아이템베이와 아이템매니아 거래 방식은 간단하다. 이용자가 게임아이템을 사이트에 올리면 구매자가 아이템 구매 예약을 하고 현금을 중개사이트 계좌로 입금한다. 이후 게임상에서 아이템거래가 실제로 이뤄지면 그 돈은 판매자에게 돌아간다. 만약 게임상에서 아이템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개사이트에게 맡겼던 돈은 구매자에게 다시 송금되는 구조다. B&M홀딩스는 최근까지 아이템중개 수수료로 매년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해 왔다.

사실 아이템 현금 거래는 온라인게임 초창기부터 논란이 일어왔다. 대다수 게임업체들은 약관을 통해 게임속에서 얻게된 아이템이나 아이디 거래를 규제하고 있다. 실제로 몇몇 업체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하다 적발되면 해당 아이디를 영구 정지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게임사 약관과는 조금 다르다. 대법원은 지난 2009년 개인간에 일어나는 게임머니나 아이템 현금거래는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대법원은 게임머니나 아이템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얻는 산물이기 때문에 거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게임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를 재산으로 인정한 판결이 여럿 있었다.

다만 지난 2012년과 2013년 정부의 작업장 및 환전상(게임 아이템 거래를 전문적으로 영위하는 불법 행위자들) 퇴출 정책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아이템 중개사이트에서 개인당 거래금액을 반기 1200만원, 연간 2400만원으로 제한했다. 지난 2014년에는 이를 어기고 불법 취득한 개인정보로 게임 ID를 만들어 획득한 아이템 1조원어치를 불법 거래한 혐의(게임산업진흥법 위반 등)로 15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처럼 아이템 현금 거래는 거래 자체에 문제가 있기 보다는 다른 위법을 행할 유혹 요인이 많은 상황이다. 게임업계에서도 개인간 거래는 크게 문제 삼지 않지만 아이템 작업장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자료=아이템베이 캡처
자료=아이템베이 캡처

◇게임사 방조 속 덩치 커진 아이템중개사이트

아이템베이가 확률형아이템 규제 반대에 적극 나서는 이유도 관련 규제로 인해 아이템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낮은 확률을 통해 탄생한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곳이 바로 아이템중개사이트이기 때문이다.

아이템 확률표시가 법적으로 의무화 될 경우, 게임사들은 과거와 같이 로또 당첨보다도 낮은 확률을 적용하기 사실상 어려워진다. 지금은 관련 확률을 홈페이지 깊숙한 곳에 숨기는 식으로 자율규제를 피하고 있지만, 법제화가 진행될 경우 관련 확률을 아이템 구매 페이지에 같이 표시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결국 이는 구매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가의 아이템 거래를 통해 수수료로 먹고 사는 중개사이트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닌 셈이다. 

그동안 게임사들은 아이템 현금 거래를 알면서도 방조해 왔다. 대다수 업체들이 약관을 통해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게임 아이템들이 중개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템중개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적게는 몇백건 많게는 수천건씩 아이템이 올라오고 팔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이템 판매를 자주해 왔다는 한 게임 이용자는 “신규 게임이 처음 출시되면 돈을 벌기 위해 해당 게임을 플레이한다”며 “아이템 현금 거래가 활성화된 게임일수록 초반 이용자 유입이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게임법 개정안과 더불어 게임사와 중개사이트의 은밀한 공조 관계도 끊어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게임사들이 확률로 장난을 쳐 이용자들을 기만한 사례가 종종 있어 왔다”며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이용자들이 납득할 만한 확률형 아이템을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개사이트에서 자신들이 만든 게임아이템이 얼마나 팔리는지로 인기 척도를 판단하는 업계 관행도 이번 기회에 끊어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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