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수급난 지속···판가 상반기동안 오를 듯
LG전자, 1분기 TV 사업 경쟁 심화·생산원가 상승 전망
LGD는 LCD 가격 상승세로 비수기 실적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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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시작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상승세가 올 상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 예상과 달리 TV 수요가 지속 성장하는 상황에서 주요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겨 LCD 패널 판가를 끌어올리는 추세다. 올 상반기 LG전자는 TV 사업에서 디스플레이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타격을 받지만 LG디스플레이는 실적 비수기에도 흑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3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55인치 이상 주요 대형 LCD TV 패널 가격이 지난해 6월 이후로 6개월 이상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4K 55인치 패널 판가는 지난해 5월 116달러에서 12월 185달러로 59.5% 올랐고, 65인치 패널의 경우 175달러에서 234달러로 33.7% 급등했다. 55인치 패널의 경우 지난 2년간 LCD 공급과잉 영향으로 지난해 1월 112달러 수준에 가격이 책정됐으나, 1년 만에 180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오른 셈이다. 

지난해 시작된 LCD 패널 가격 상승세는 코로나19 변수 때문이다. 주요 제조사들이 TV 수요 예측에 실패한데다가 지난해 말엔 유리 기판과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핵심 부품 공급난까지 겹쳤다. 지난해 12월엔 일본 유리업체 NEG 공장에서 5시간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공장은 중국 10.5세대 LCD 패널 생산라인에 기판을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일부 공급량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업계 전반적으로 부품 부족이라고 할 만한 상황까진 아니지만, 일부 부품 수급이 늦어지면 제품 생산 계획이나 생산원가 측면에선 부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2분기까지 TV 패널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29일 구미 소재 유리 기판 제조공장 AGC파인테크노코리아 용광로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당초 올 2분기 중 TV 패널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예상을 수정했다. 트렌드포스는 이번 사고가 디스플레이 패널용 유리 기판 전체 공급량에 미치는 영향은 1% 수준으로 예상했지만LCD 패널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는 TV 제조사에겐 불리한 여건이다. 올해 미니LED와 OLED로 TV 투트랙 전략을 짰던 LG전자 역시 TV 사업 수익성에 타격이 예상된다. LG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도 프리미엄 TV 매출을 앞세워 사업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북미와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억눌린 TV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맞춰 프리미엄 TV 판매 비중을 늘렸다. 매년 연말 가격 경쟁이 심화해 TV 사업 수익성이 저점을 기록해왔지만, 지난해 4분기엔 전년 대비 2.4%포인트 개선된 4.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 전략이 올 상반기까지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생산원가는 오르는 상황에서 시장 경쟁도 심화할 전망이다. TV 업계는 지난해 TV 시장 성장을 주도한 비대면 수요와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선진 시장 수요가 올 하반기 들어선 치료제나 백신 공급 등 영향으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본다. TV 제조사들의 물량 경쟁이 예상된다.

이에 증권업계는 올 1분기 LG전자의 OLED TV 출하량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늘면서도, HE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3258억원) 대비 30%가량 감소한 2000억원대 초반 수준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LG전자는 OLED TV 출하량을 300만대 규모로 키우면서 사업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매출 과반을 차지하는 LCD TV 제품군은 생산원가가 오르면서 실적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대로 패널 제조사인 LG디스플레이에겐 실적 비수기를 방어할 기회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이어 올해도 기존 광저우 8세대 LCD 패널 생산라인과 함께 국내 7세대 일부 생산라인까지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할 전망이다. 패널 가격 상승세에 맞춰 신규 투자 없이 기존 생산능력만 활용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LCD 가격 상승세 덕분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OLED 생산이 늘고 LCD 패널 가격이 오르면서 패널 면적당 판가는 지난해 1분기 567달러에서 4분기 790달러로 약 40% 급상승했다. 업계는 LG디스플레이가 흑자전환한 지난해 3분기 LCD 사업에서 약 1년여만에 수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한다. LG디스플레이가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하는 중소형 및 대형 OLED 사업도 출하량이 늘면서 적자 폭이 줄었다.

이에 증권업계도 LG디스플레이가 올 상반기에도 흑자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에게 매년 상반기는 주요 고객사 생산 물량이 빠지는 실적 비수기였다. 그러나 시장에선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000억~4000억원대 규모로 추정한다. 전분기(6850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지만 올 2분기를 저점으로 흑자 규모를 확대하면서 연간 1조원 이상 흑자를 달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는 통상적인 최대 비수기지만 예년과는 다른 실적 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TV와 IT 패널 출하량이 견조하고, 부품 공급 차질 영향으로 시장 내 LCD TV 패널과 완제품 재고 수준도 낮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LCD TV 패널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해 주요 TV 제조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대형 OLED 패널 물량 확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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