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부품 합작 법인 발표 이후 주가 추가 탄력
증권업계 “아시아권 업체 인수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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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매각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시장에선 아시아권 등 신흥국 업체의 인수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는 분위기다. LG전자가 확보한 스마트폰 기술 관련 지적재산권(IP)이나 특허 등 기술 자산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란 분석이다. LG전자는 이번 사업 정리를 통해 전장 부품 사업의 성장 동력을 끌어올리는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 

2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 규모 축소를 공언한 가운데 사업의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날 LG전자는 MC사업본부 운영 방향에 대해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도 MC사업본부 구성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지난 2015년 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서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만 5조원 규모다. 사업 체질 개선을 위해 외주생산, 국내 생산지 이전 등 다양한 원가 절감을 시도했지만 시장 경쟁에 밀려 적자를 면치 못 했다. 생활가전 사업에서 역대급 영업 실적을 올리고도 스마트폰 사업 때문에 실적이 하락했다.

LG전자는 아직 사업 방향성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나, 일각에선 공식 입장까지 발표된만큼 사업부 분사나 매각이 상당 부분 진척이 이뤄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로스 영 DSCC 대표는 전날 SNS를 통해 미국 2업체, 독일 1개 업체, 베트남 1개 업체 등 총 4개 업체가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증권업계는 가장 이상적인 해법을 사업부 매각으로 본다. 대규모 적자 부담을 덜 수 있는 동시에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인수 후보 업체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생산 설비보다 관련 지적재산권이나 보유 특허 등 기술 자산에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후보 업체로 구글, 페이스북, 베트남 빈스마트 등이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업부를 매각할 경우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 기업보다는 아시아권 등 신흥국 기업이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은 과거 HTC를 인수했지만 큰 이득을 못 봤고 MS 같은 기업도 굳이 살 만한 이점이 없다”면서 “그나마 아시아권 업체의 인수가 유력한데, LG전자의 생산 시설보다는 지적 재산권과 같은 기술력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주생산 늘린 LG폰…그룹 내 기여 미미

LG전자의 스마트폰을 포함한 이동단말 생산실적은 2016년 6770만대 규모에서 지난 2019년 2375만대 수준으로 65% 급감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1569만대 규모다. 같은 기간 공장 가동률은 81%에서 113%로 올랐다. 제조자개발생산(ODM) 등 외주생산 비중을 60~70%까지 확대하면서 자체 생산 비중이 줄어든 영향이다. 

일각에선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유지할 경우 MC사업본부를 타 사업본부와 통합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해외 생산 설비를 매각하는 대신 외주 생산 방식과 개발 인력을 통해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그간 스마트폰 사업을 향후 가전 사업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등을 확대하기 위한 발판으로 남겨두고 있었지만 스마트폰 자체 양산 사업까지 가져갈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브랜드 가치가 훼손돼 제품 파급력에서 큰 의미를 찾기 어려운 상태”라면서 “다른 회사에 사업을 팔고 난 후 필요 기술이나 사업 부분만 받아서 쓰는 게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아직까지 결정된 바는 없으며 추후 사업 운영 방향성이 확정 되는대로 신속하게 시장에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LG폰 정리 소식에 시장 화색

시장에선 LG전자가 대규모 적자사업인 스마트폰 사업 정리 계획을 적기 발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 사장이 임직원 대상 메일을 발표한 지난 20일은 LG전자가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와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 법인 설립을 발표한 지 한 달 되는 시점이다. LG전자가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의 성장성을 확보한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스마트폰 사업 정리 명분을 확보하고 시장 기대감을 회복했다는 분석이다. 전날 LG전자의 주가는 스마트폰 사업 축소 전략 발표와 함께 급상승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향후 매각, 구조조정 등을 통해 그 동안 큰 비중을 차지하였던 영업적자가 해소될 것”이라며 “전장 사업의 성장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해당 결정이 있었다는 점에서 LG전자 사업전략의 방향성 및 속도 등 다방면에서 과거와 달라졌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업 가치 측면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사업부 매각일 것이다. 대규모 적자 요인 해소와 더불어 영업권 및 특허 가치에 대한 현금 유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며 "매각이나 철수를 단행하더라도 당연히 핵심 모바일 기술은 내재화할 것이고, IoT 가전, 로봇,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사업 경쟁력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LG그룹 차원에서도 LG 스마트폰 사업 축소는 전략적 선택이다. LG전자는 2019년 하반기 이후 중국산 부품 채용과 외주생산을 확대하면서 그간 플래그십 모델 G, V 시리즈에 채용된 LG디스플레이 OLED, LG이노텍 카메라모듈 등 주요 계열사로부터 받는 핵심 부품 비중을 줄였다. LG전자는 차세대 ‘롤러블 스마트폰’도 LG디스플레이가 아닌 중국 패널 제조사인 BOE와 함께 개발해왔다. 스마트폰 사업이 그룹 내 수익성 기여도 역시 점차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부품 공급사 입장에서도 출시 첫 해 200만대 이상 안 팔리는 제품은 수주 의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오히려 개발 비용이나 고정비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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