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7나노 공정 안정화 지연…위탁생산 가능성 ↑

/그래픽=시사저널e
/그래픽=시사저널e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인텔의 첨단 반도체 외주생산 기조가 TSMC와 삼성전자 등 선두 파운드리 업계에 집중될 전망이다. 인텔이 요구하는 7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 대응할 수 있는 업체 두곳으로 한정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유력 후보인 TSMC가 넘치는 시장 수요에 물량 소화가 어려워진 점은 삼성전자에게 기회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자사 반도체 수주를 넘어 해외 고객사 매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1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오는 21일 2020년 4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2023년 출시할 반도체 신제품 생산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7나노 이하 공정 제품을 두고 인텔이 직접 반도체를 생산할지, 혹은 파운드리 업체에 외주생산을 맡길지 결정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인텔은 7나노 이하 공정 기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인텔의 7나노 기반 PC용 CPU의 경우 당초 예정이었던 지난해를 넘겨 내년 말 이후 양산이 예상된다. 약 2년 만에 수장이 교체되는 점을 두고도 체질 개선을 위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달 15일자로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책임자(CEO) 대신 반도체 기술 전문가로 꼽히는 팻 겔싱어 CEO가 후임으로 취임한다.

전자업계는 인텔 7나노 이하 반도체 외주생산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유력 후보는 대만 TSMC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인텔이 올 하반기 TSMC의 5나노 공정에서 CPU를 양산하고 내년 하반기 중급형 및 상위 모델의 CPU가 3나노 공정에서 양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과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TSMC 기술 덕에 경쟁사 대비 앞선 모바일 AP를 양산했고 PC용 CPU 경쟁사인 AMD도 TSMC 기술을 통해 인텔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지난해 인텔은 TSMC의 6나노 공정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TSMC의 7나노 이하 첨단 공정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 애플향 반도체 공급으로 시작된 5나노 공정 매출 비중은 4분기 20% 비중까지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7나노 공정 매출 역시 29%를 기록하면서 7나노 이하 공정 매출로만 전체 매출의 49%를 채웠다. 미국 정부 제재 여파로 ‘큰손’ 하이실리콘을 잃고도 매출은 크게 뛸 정도로 애플과 AMD 등 주요 고객사 덕에 첨단 공정 수요가 급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에게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TSMC가 현재 7, 5나노 공정을 완전 가동 체제로 운영할 정도로 주문이 밀려든 상태라는 것이 근거다.

인텔 입장에선 한 업체에 몰아주기보다는 양사에 물량을 맡길 경우 수급 안정과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권석준 KIST 책임연구원은 “원칙적으로는 삼성전자에게도 기회가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면서 “TSMC가 첨단 공정의 경우 완전가동 체제 수준이라 시장 수요를 다 받지 못해 첨단 공정 기술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파운드리에게 사업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텔도 삼성전자 파운드리와의 협력을 모색할 조짐을 보인 바 있다. 지난해 10월 개최된 삼성 파운드리 SAFE 포럼에서 인텔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업을 이끄는 라자 코두리 수석설계자 겸 수석 부사장이 AI 반도체 관련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인텔은 과거 모바일 프로세서 사업에선 삼성전자와 상충되는 문제가 있었지만 CPU 사업에 있어선 이 같은 문제로부터 다소 자유로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인텔의 선택이 큰 기회다.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외부 매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 과제다. 주로 자사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프로세서나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DDI)로 한정된 내부 물량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2017년 격상 이후 엔비디아나 퀄컴과 같은 대기업과 손잡으며 매출 폭을 키워왔다. 김경민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서 내부 업체 매출 비중은 50% 이상을 차지했으나, 올해엔 외부 고객사 매출 기여도가 55~6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로 거론된 SMIC의 경우 미국 정부 제재 여파로 첨단 공정 기술 개발이 불투명해진 상태고, 사실상 7나노 이하 공정에선 원가 경쟁력에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삼성전자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가 덜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