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7나노 공정 자체·위탁 생산 이원화 계획
내달 CEO 취임 이후 생산전략 구체화
삼성, 7·5나노 설비 투자 확대 전망
향후 비주력 라인 투자 가능성도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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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인텔이 반도체 외주생산 전략을 공식화하면서 삼성전자와 TSMC 투자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투자업계는 삼성전자가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팹 등 해외 비주력 공장에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2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내달 새롭게 선임된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7나노 공정 개발은 괄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다”면서 “2023년 로드맵상 반도체는 자체 생산을 이어갈 예정이나 특정 기술과 제품은 외부 파운드리 활용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실적발표에서 시장 예상과는 달리 인텔과 삼성전자와의 공식 협업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파운드리 확대를 공식화하며 향후 가능성은 열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인텔은 겔싱어 신임 CEO의 업무가 시작되는 내달 15일 이후 외주생산 전략을 보다 구체화할 계획이다.

인텔이 다소 미온적인 대답을 내놓긴 했지만 삼성전자가 수주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일부 외신은 삼성전자가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14나노 공정에서 인텔 반도체를 양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인텔 수주 건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이슈”라면서도 “삼성전자가 인텔의 반도체 위탁생산을 하게 될 것은 언제가 될 것이냐는 시점의 문제일 뿐 위탁생산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텔은 초미세 공정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가 공식화한 7나노 이하 미세 공정 로드맵 이행이 지연됐다. 인텔이 이미 초미세 공정 양산을 시작한 외부 파운드리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경쟁사인 AMD가 TSMC와 손 잡고 공정 기술과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시장 점유율을 키우는 점도 인텔에 위기 요인이다.

인텔의 선택지는 TSMC와 삼성전자 양사뿐이다. 기존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 UMC 등은 7나노 이하 공정 기술 구현에 어려움을 겪었다. 퀄컴, 애플, 엔비디아 등 주요 팹리스들의 7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면서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인텔마저 가세하면서 TSMC와 삼성전자는 성장의 기회를 맞았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TSMC와 삼성 파운드리 모두 현재 생산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인텔이 반도체 위탁생산을 주문할 경우 삼성전자나 TSMC 중 어느 한 업체에게 물량을 몰아주진 않을 것으로 보이며, 다만 양사 중 어느 업체가 먼저 수주하고, 더 많이 받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TSMC는 올해 280억달러(31조원) 규모 역대급 설비투자를 단행한다.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 22조원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대부분 투자비용이 7‧5‧3나노 등 첨단 공정 개발에 활용된다. 이 회사는 2023년 미국 애리조나 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신규 증설한다. 인텔이나 퀄컴 등 주요 미국 기업들의 위탁생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들어 시스템LSI 사업부 연간 영업이익을 웃도는 설비투자를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했다. 올해 삼성 파운드리 투자액은 지난해 9조원 규모에서 약 30% 증가한 10~12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연간 50조원대 매출을 경신하는 TSMC와 비교하면 설비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현금 규모가 다소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사업으로 확보한 수익성 이상의 투자를 단행할 전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사업부 내부적으로도 첨단 공정 수요가 늘고 있어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이미 지난해부터 파운드리 사업에서 창출되는 수익성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 대대적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노려 경쟁사인 TSMC가 이례적으로 투자 규모를 대폭 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설비투자는 우선 7, 5나노 등 주력 공정 설비가 구축된 화성과 평택공장 생산 라인에 집중될 전망이다. 평택 2공장 파운드리 라인 투자는 이미 10조원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차기 반도체 생산라인이 구축될 평택 3공장도 복합 생산라인으로 파운드리 라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오스틴 공장에 7나노 이하 첨단 공정 설비 증설을 준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오스틴 공장은 최신 공정이 14나노인 비주력 공장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첨단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부족한 상태인데다가 미국 정부와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설비 증설을단행할 수 있다는 소리다.

이 연구원은 “오스틴 공장도 7나노 이하 첨단 공정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 고객사 주문을 다 처리하지 못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 대응을 하는 것이 맞고, 오스틴 팹 증설을 시작해도 내년 하반기에나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점차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 투자를 단행하더라도 이걸 미국 기업 수주 대응과 직결된 것으로 예단하긴 어렵다”면서 “삼성전자가 투자를 하더라도 미국이 자국 내 밸류 체인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해관계에 맞추기 위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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