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역대 최대 규모 투자 전망
파운드리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도 호재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삼성전자와 TSMC가 올해 파운드리 설비투자를 연간 최대 규모로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양사 파운드리 투자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1년만에 기록 경신이다. 코로나19 장기화와 함께 첨단 반도체 공정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첨단 파운드리 시장은 공급 부족이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10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점유율 높이는데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6일 대만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올해 파운드리 설비투자에 약 200억달러(약 21조원) 금액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설비투자 170억달러(약18조5000억원) 보다 17.6% 증가한 규모로, 사실상 연간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양산을 시작한 5나노 공정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3나노와 2나노 등 차세대 공정 연구개발에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전망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촉발된 재택근무나 원격교육에 따른 IT 수요가 뒷받침한다. 전자업계는 TSMC 파운드리 10나노 이하 공정 주문이 밀려있어 완전 가동 체제에도 급증하는 수요를 모두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한다. 이에 TSMC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올해도 투자 규모를 더 키울 것이란 전망이 힘 받는다. 주로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5나노 공정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 투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도 이에 발맞춰 올해 파운드리 몸집을 키운다. 증권업계 전망치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반도체 설비투자액은 지난해 28조9000억원에서 올해 30조~3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과 함께 12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다. 특히 이 가운데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LSI 설비투자액은 지난해 9조원에서 올해 10조원 수준으로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윤 유안타증권은 연구원은 “인텔의 EUV 장비 구매 공백이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의 추가 확보 여부에 따라 파운드리 투자 규모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SK증권도 삼성전자가 설비 투자를 지속하면서 12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2019년 월 22만장에서 지난해 말 기준 월 25만장으로, 올 연말까지 33만장 내외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까지 삼성전자가 생산능력을 앞세워 TSMC 입지를 넘보기엔 역부족이다. TSMC와 12인치 웨이퍼 기준 생산능력만 3~4배 차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비투자액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설비투자액은 올해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나 TSMC는 앞서 지난해 170억달러(약 18조5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기록을 썼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설비투자액의 2배 수준이다.
다만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첨단 공정에 대부분 설비투자를 집중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할 것으로 본다. 이를 통해 전체 파운드리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단기간 20%대 점유율 벽을 넘기 어렵지만 14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선 올 연말을기점으로 30% 이상 점유율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주력 공정이 될 기술 부분에서는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결코 낮지 않다”면서 “UMC, SMIC, 글로벌 파운드리 등 업체들의 10나노 이하 공정진입이 어렵다는 점을 볼 때 2~3년 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체 시장 점유율은 30~40% 수준까지 충분히 상승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EUV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집중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화성 V1라인에 이어 올 하반기엔 메모리만 생산하던 평택공장에서 신규 초미세 파운드리 라인 가동을 시작한다. 삼성전자가 증설 중인 평택 2라인은 EUV D램부터 V낸드, 첨단 파운드리 설비까지 구축된 복합 라인으로 총 30조원 규모의 금액이 투입됐다.
업계는 파운드리 생산라인에 10조원가량 설비투자가 단행된 것으로 추정한다. 신규 파운드리 라인은 올 하반기 가동을 시작하면서 EUV 노광 공정이 적용된 7나노 이하 제품을 주로 양산할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선 차기 반도체 생산라인이 구축될 평택 3공장도 파운드리를 포함한 복합 생산라인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에선 코로나19 여파로 파운드리 시장 호황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양사의 설비 경쟁도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엔비디아, 퀄컴, AMD, 애플 등 주요 대기업들의 첨단 공정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파운드리 기업은 7나노 이하 공정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 공급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EUV 노광장비는 다른 반도체 장비에 비해 제작 기간이 1년이 넘도록 길고 대체 장비가 없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TSMC와 삼성전자 모두 10나노 이하 공정은 주문이 거의 찬 상태로 알려져 있다"면서 "인텔까지 가세할 경우 퀄컴이나 엔비디아와 같은 대형 팹리스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