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당 500원, 비싸다는 반응 대다수
오리지널 콘텐츠 의미 희석도 문제

자료=카카오TV
자료=카카오TV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카카오TV가 최근 일부 오리지널 콘텐츠에 ‘편당 결제’ 과금을 도입했다. 광고 수익만으로는 제작비를 회수하기 쉽지 않아, 새로운 과금 모델을 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OTT업계는 월정액 모델이 대세가 된 지금, 편당 결제 모델이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5일 OT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TV는 지난달 29일부터 일부 오리지널 콘텐츠를 유료로 돌렸다. ‘연애혁명’, ‘며느라기’, ‘아만자’ 등 카카오TV의 대표적인 인기작들이 유료로 전환됐다. 아울러 최근 방영을 시작한 ‘도시남녀의 사랑법’, ‘아름다웠던 우리에게’ 역시 과금 모델이 적용됐다.

카카오TV 과금은 다른 OTT 과금과 비교해 특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통 편당 결제 과금을 도입한 플랫폼들이 최신화에 과금을 도입하고 오래된화를 무료로 푸는 것과 달리 카카오TV는 최신화 첫 공개후 일주일 동안 무료 제공, 이후 편당 500원 결제 과금을 도입했다. 소비자는 구매후 일주일간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카카오TV 과금 도입에 대해 카카오페이지가 도입했던 ‘기다리면 무료’ 방식을 영상 콘텐츠에 맞춰 도입한 것으로 해석한다. 기다리면 무료는 이용자가 작품을 본 시점부터 일정 시간이 지나면 1회 차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 모델이다. 기다리면 무료 도입 이후 이용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카카오페이지 매출과 가입자 모두 크게 증가했다.

카카오TV가 도입한 이번 과금 모델의 경우 최신화 첫 공개후 일주일간 무료라는 점에서 짧은 기간동안 많은 이용자들이 몰리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OTT업계 관계자는 “요즘같이 영상 콘텐츠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는 영상 공개후 초반 성적이 중요하다”며 “그런면에서 볼때, 카카오TV의 과금 전략은 단기간 조회수를 올리는데 효과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TV 콘텐츠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카카오M은 이번 과금을 통해 제작비 충당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M은 오는 2023년까지 3000억원을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해 240개 이상의 콘텐츠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OTT업계에서는 월정액 모델이 대세가 된 지금, 편당 결제 모델이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우선 30분 내외의 영상에 500원은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많다. OT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입장에서야 웹소설 100원, 웹툰을 200원에 판매하는 상황에서 30분 영상 콘텐츠에 500원은 합리적이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달에 만원정도를 지불하면 수백수천편에 달하는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OTT특성상 소비자가 느끼는 부담은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웹툰 불법유통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많은 불법 웹툰 이용자들은 편당 결제에 대해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합법적으로 과금을해도 소유가 아닌 대여라는 점에 불만이 많았다. 카카오TV 역시 소유가 아닌 대여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오리지널 콘텐츠의 의미가 희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오리지널 콘텐츠는 자체 제작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해당 플랫폼에서 독점적으로 공개되는 콘텐츠를 말한다. 반면 카카오TV의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다른 플랫폼과 동시에 공개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드라마 ‘아름다웠던 우리에게’와 ‘도시남녀의 사랑법’, 예능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으며, 드라마 ‘연애혁명’, ‘며느라기’는 웨이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심지어 가격면에서도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가령 30화 분량의 연애혁명을 카카오TV에서 결제할 경우 편당 500원씩 1만5000원을 지불해야하지만, 웨이브의 경우 HD화질 기준 7900원이면 전편 감상은 물론 다른 콘텐츠들 역시 이용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카카오TV의 과금 도입이 너무 섣불렀다고 지적한다. 킬러 콘텐츠를 좀 더 확보한 뒤 시행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OTT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카카오TV 입장에서는 당장의 돈벌이보다는 이용자들을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최근 일부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었지만, 그렇다고 아직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다고는 볼 수 없다. 이번 과금 도입으로 인해, 타 플랫폼으로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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