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101년과 독립운동가] 국권 회복에 목숨 바친 민긍호와 해산 군인 의병부대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2020년 대한민국은 임시정부 수립과 3.1 운동 101주년을 맞았다. 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은 끊임없이 항일독립운동을 했다. 1919년 3월 1일 전국 방방곡곡에서 남녀노소 모두 일어나 만세운동을 했다. 다음 달인 4월 11일 독립운동가들은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당시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다. 이는 우리 민족의 자주 독립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시사저널e는 임시정부 수립과 3.1운동 101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 자료를 바탕으로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사람들의 삶을 기사화한다. 특히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민긍호(閔肯鎬) 선생은 군인의 길을 걷다가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 군대가 강제 해산되자 해산 군인이 중심이 된 의병부대를 조직해 이끌었다. 선생과 의병 부대원들은 항일 무장투쟁을 통해 국권을 회복하고자 했다. 선생은 부대를 소부대로 나눠 일본군을 공격해 성과를 올렸다. 선생과 의병 부대는 이강년 의병부대와 협력해 70여 차례의 일본군과의 전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선생은 치악산 강림 전투에서 일본군에 의해 피살돼 순국했다.

민긍호 선생은 서울에서 태어났다. 선생은 1897년 진위대에 입대해 군인이 됐다. 강원도 원주 진위대 산하의 고성분견대에 있다가 춘천분견대로 옮겼다. 1900년 선생은 정교(오늘날 상사)로 진급했고 1901년에는 특무정교(특무상사)로 발탁돼 원주 진위대 본부로 전근했다. 여기서 선생은 1907년 8월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 군대가 강제로 해산될 때까지 근무했다.

당시 일제는 1904년 ‘한일의정서’, 1905년 ‘을사조약’을 강제 체결하면서 우리의 자주적인 외교권과 재정권을 빼앗았다. 일제는 고종을 강제 퇴위시키고 대한제국 군대를 강제 해산했다. 우리 민족의 국방력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 완전한 식민지화를 하기 위함이었다.

1907년 대한제국 군대의 강제 해산이 시작되자 서울 시위대와 지방 진위대 장병들은 이를 거부하며 반일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시위대 제1연대 제1대대장 박승환 참령이 일제의 한국 군대 해산에 항의해 권총으로 자결 순국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해 제1대 장병들이 봉기했다. 이 소식을 접한 시위대 제2연대 제1대대 장병들도 남상덕의 지휘 아래 봉기해 반일 무장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병영을 포위하고 있던 일본군과 격렬한 총격전을 벌인 후 시가로 나와 남대문과 서소문 사이에서 총알이 바닥날 때까지 일본군과 치열하게 시가전을 했다. 탄환이 떨어져 더 싸울 수 없게 되자 이들은 백병전을 벌이며 시민들의 지원 아래 서울을 빠져 나가 의병부대에 합류했다.

일제가 서울 시위대에 이어 지방 진위대의 해산을 강행하자 해산 군인들의 봉기는 지방으로 이어지며 전국적으로 폭발했다. 의병부대의 전투력은 해산 군인들의 참여로 급격히 올라갔다. 유림과 양반 관료 중심의 의병운동은 해산 군인과 평민들이 대거 동참하면서 전국적인 국민 전쟁으로 확대 발전했다.

◇ 일제 강제 군대 해산···해산 군인, 의병부대 봉기

민긍호 선생도 서울 시위대의 봉기 소식을 듣고 국권 회복을 위해 무장 봉기하기로 결심했다. 선생은 원주 진위대의 대대장 홍유형이 군부의 전보 명령에 의해 상경 길에 오르자 해산명령을 받으러 가는 것으로 판단하고 병사들과 함께 봉기 준비를 시작했다.

선생은 대대장 홍유형의 지휘 아래 서울로 진격할 것을 구상하고 8월 3일 소대 병력을 보내 상경 길에 있던 홍유형을 본대로 데려와 부대를 지휘해 서울로 진군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홍유형이 그날 밤 여주로 도망하자 선생은 자신이 원주 진위대 병사들을 지휘해 봉기하기로 하고 거사 일을 8월 5일로 결정했다. 이 날은 원주읍 장날이어서 많은 농민들과 포수들이 장터에 모이기에 여러 동지들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8월 5일 민긍호 선생의 지휘 아래 원주 진위대 병사들이 봉기했다. 선생은 이 날 비상나팔을 불게 해 장병들을 모두 집합시키고 “나라에 병사가 없으면 무엇으로 나라라 할 수 있겠는가. 군대를 해산하라는 명령에 복종할 수 없다”며 무장 봉기를 선언했다. 봉기에 동조한 대대장 대리인 김덕제, 정위와 함께 무기고를 열어 병사들과 봉기에 호응한 일반 민중들에게 총기와 탄약을 나눠줘 의병부대를 편성했다.

이들은 우선 우편취급소, 군아, 경찰분견소 등을 습격해 원주읍을 장악했다. 미처 도망가지 못한 일본인들을 처단하고 군수물자를 조달했다. 선생과 의병부대는 원주 남산으로 도망간 일본 경찰대를 추격해 물리쳤다. 또한 이곳에서 원주읍을 점령하기 위해 급파된 일본군 충주수비대 부대와 치열한 접전을 벌여 십여 명의 적군을 사살하고 그들을 격퇴했다.

원주 진위대의 봉기 사실을 보고받은 일본군 사령부는 서울 주재 보병 제47연대 제3대대 대대장을 지휘관으로 해 보병 2개 중대와 기관총 4정, 공병 1개 소대로 편성된 진압 부대를 보냈다. 이들은 8월 10일 원주에 도착해 선생의 의병부대를 추적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형을 잘 아는 주민들이 선생의 의병부대를 은밀히 지원했기 때문이었다.

◇ 유격전으로 일제 격파

민긍호 선생은 일본군에 효과적인 타격을 가하기 위해 의병부대를 소부대로 나눠 편성했다. 소부대를 여러 의병장들에게 맡겨 일본군과 유격전을 전개하도록 했다. 선생의 총지휘 아래 여러 소부대 의병장들은 과거 원주 진위대와 그 분견대 관할 지역을 중심으로 모이고 흩어지면서 일본군을 공격해 큰 성과를 올렸다.

해산 군인들이 중심이 된 선생의 의병부대는 화력과 전투력이 뛰어났다. 또한 활동지역이 과거 이들의 관할 지역이었기에 지형지물에 익숙했다. 선생과 의병부대는 같은 시기 강원도, 충청도, 경기도 일대에서 활약하던 허준, 이경삼, 김만군, 고석이, 김군필, 이한창, 한기석, 한갑복, 윤기영, 이강년, 변학기, 조인환 등의 의병부대와도 긴밀히 연락을 취하면서 일본군 수비대를 공격했다. 특히 이강년 의병부대와 협력해 일본군과 전투를 벌였다. 선생과 의병부대는 70여 차례의 일본군과 전투에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선생은 의병부대를 둘로 나눠 한 부대는 김덕제가 지휘해 동해안의 산악지역으로 진출하게 했고, 다른 부대는 자신이 지휘해 내륙 산악지역으로 들어갔다. 일본군의 진압작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산악지역을 근거지로 유격전을 전개하기 위한 조치였다. 분리 활동 직후인 8월 12일 선생의 의병부대는 경기도 여주를 기습해 경무분견소를 포위 공격한 후 이곳 일본 경찰과 그 가족들을 처단하고 무기를 노획했다. 이 때 많은 주민들이 선생의 의병부대에 자원 입대했다. 음죽(陰竹)에서 장호원(長湖院)에 이르렀을 때 부대원의 수가 수천명에 이르렀다. 이에 여주, 이천, 양근 일대에서 선생의 의병부대는 일본군과 전투에서 큰 전과를 올릴 수 있었다.

당황한 일본군 사령부는 대전, 수원 주둔 일본군 수비대를 이천, 장호원, 여주 방면으로 이동시키고 서울 주둔 일본군을 양근, 이천 방면으로 보내 선생의 의병부대를 진압하도록 했다. 선생의 의병부대는 그 해 8월 중순 이강년 의병부대와 함께 충주 공략작전 계획을 세우고 8월 22일 행동을 시작했다.

선생의 의병부대는 이강년 의병부대와 함께 8월 23일 충주를 양방향에서 협공해 적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그러나 충주를 점령하지는 못하고 장호원으로 후퇴했다. 후퇴하면서도 선생의 의병부대는 이천에서 전신, 전화선 수리 보호를 위해 출동한 일본군 1개 소대를 공격해 물리쳤다.

같은 해 9월 7일 선생의 의병부대는 600여명의 병력을 2개 부대로 나눠 홍천읍을 습격해 일본군 수비대에 타격을 가했다. 특히 9월 10일 한 부대는 재차 홍천읍을 습격하고, 다른 부대는 낭천읍을 공격하는 양동작전을 전개했다. 선생의 의병부대는 홍천읍에서 일본군 창고 등 군용 시설물들을 불태우고, 낭천읍에서는 군아를 기습 점령해 무기고에서 총기와 탄약을 노획했다.

9월 19일 선생의 의병부대는 음성 사정리에서 일본군 중추수비대와 격전을 벌였고 9월 23일에는 횡성 갑천에 있는 봉복사 부근에서 일본군과 전투를 벌여 큰 전과를 올렸다.

◇ 13도 창의군 서울 진공작전 지원

선생의 의병부대는 같은 해 10월 26일 횡성 둔촌에서, 11월 27일에는 홍천 서남쪽 양덕원에서, 12월 8일에는 원주 동남쪽 작곡에서 지속적으로 일본군을 공격해 큰 성과를 거뒀다.

그 해 12월 이인영, 허위, 이강년 등이 경기도 양주에서 전국 의병의 연합부대로 13도 창의군을 결성했고 선생은 여기에 참여해 관동창의대장으로 추대됐다. 당시 참여한 의병부대들 가운데 선생의 의병부대는 해산 군인들 중심으로 조직돼 전투력과 화력이 탁월한 부대로 정평이 나 있었다.

다음해인 1908년 1월 13도 창의군이 서울 진공작전을 수행하자 선생의 의병부대는 경기도 가평을 거쳐 서울 근교까지 진출해 이를 지원했다. 선생의 의병부대는 1907년 12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강원도 회양군 호현동 전투, 경기도 가평군 죽둔리 전투, 지평군 삼산리 전투 등 크고 작은 여러 번의 전투를 벌였다.

선생의 의병부대는 일본군에게 막대한 타격을 가하면서 13도 창의군의 서울 진공작전을 지원했다. 총대장인 이인영이 친상으로 귀향함에 따라 1908년 1월 28일 서울 진공작전이 중지되자 선생의 의병부대는 본래의 활동 지역인 강원도로 돌아와 유격전을 이어갔다.

◇ 치악산 강림 전투에서 순국

1908년 2월 27일 민긍호 선생이 지휘하는 의병부대는 원주의 강림 박달치 부근에서 일본군 수비대와 치열한 전투 끝에 이를 격퇴하고 등자치 아래 궐덕리에서 숙영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일본군 충주수비대와 경찰대에게 탐지됐다. 2월 28일 출동한 일본군 수비대와 경찰대는 다음날 선생이 주둔하고 있던 궐덕리를 동·남 양방면에서 포위 공격했다.

선생의 의병부대 일부는 궐덕리의 서방고지에 올라가 반격하고, 나머지는 촌락 주위의 벽을 은폐 엄폐물로 삼아 완강하게 대항했다. 그러나 상호 교전이 길어지자 의병부대는 탄환이 떨어져 결국 일본군에게 촌락을 점령당하고 선생 또한 적에게 붙잡혔다.

이에 나머지 병사들은 그날 밤 선생을 구출하기 위해 다시 일본군 숙영지를 공격했다. 의병부대 병사들은 “우리 대장 민씨는 있는 곳에서 소리 지르라”고 외쳐대며 탈환작전을 했다. 이에 일본군은 선생을 그 자리에서 사살했다.

일제의 군대해산 조치에 반대해 1907년 8월 5일 봉기한 선생은 항일 무장투쟁을 통해 국권회복의 길을 걷다가 1908년 2월 29일 순국했다.

정부는 선생의 공훈을 기리어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