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지배력, 그룹매출 절반 차지하는 ‘삼성전자’ 지배력이 핵심
재판 회부 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최악 땐 무효돼 이재용 지배력도 타격
상속세 재원마련 등 부담 커···外人투자 가속 전망 경영권방어 위한 시간부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룹 회장직도 공석이 됐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유력시되지만 난제 또한 산적한 것이 사실이다. 실질적인 총수로 거듭나기 위해선 막강한 지배력 확보가 필수적인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장례 이틀째인 26일 오전부터 이 회장 빈소에는 삼성 전·현직 임원들과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맡아 재계의 소통창구 역할을 해 온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부회장 시대가 활짝 열리길 바라는 게 고인의 마지막 바람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박 회장뿐 아니라 재계 그리고 사회 전반에서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맞이하게 된 삼성의 추후 행보 지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빈자리를 대신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어떻게 총수직을 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 부친과 같은 지배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각종 재판과 천문학적인 상속세 마련 등이 뒤따라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목표로 대기업들의 지주사체제 전환을 지속적으로 유도했다. 삼성도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 지주사체제로 변화를 추진했으나, 국회 등에서 지주사 전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규제안이 추진된다는 이유를 들며 2017년 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삼성그룹은 동일한 지배구조를 유지 중이다.

복잡하게 얽힌 지배구조 상 삼성그룹의 지배력 열쇠를 쥔 계열사는 삼성전자다. 그룹 전체매출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 그룹을 지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7%에 불과하다. 고인이 된 이건희 회장의 지분율 4.18%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사실 삼성이 아무리 글로벌 기업이며, 주주들 수가 많다 하더라도 이 같은 지분율은 기업의 의사결정을 지키는 데 제한적이다.

이 회장은 본인이 대주주로 있는 삼성생명 등을 통해 우회적인 지배력을 확보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8.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부회장은 본인이 최대주주(17.48%)로 있는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삼성생명 지배력을 보유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발행주식 5.01%, 삼성생명 주식 19.34%를 각각 보유했다. 과거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삼성물산(제일모직에 합병 후 소멸) 합병을 통해 이 같은 우회지배력을 보유하게 됐다.

삼성그룹 측은 “승계가 목적이 아닌, 사업적 필요성에 따른 합병”이었는 입장이지만, 당시 합병이 적법한지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맡겨진 상태다. 검찰은 “이 회장이 쓰러진 뒤, 이 부회장과 삼성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승계 작업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이 동원돼 투자자들의 손해를 야기했다”고 보고 있다. 합병을 위한 분식회계 및 합병 무효소송 등이 진행 중이어서 추후 재판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현행 지배력을 상실할 가능성 또한 제기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이 아닌 다른 통로로 지배력을 확보하는 길은 부친의 지배력을 그대로 이어받는 방식이다. 이 회장은 계열사들 중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의 지분을 직접 보유했다. 보유주식의 시장가치만 18조원에 이르며, 상속세만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점쳐진다. 재원마련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총수들이 타계할 경우 그룹 지배력의 정점에 다가선 기업들의 주가는 반등하는 경향을 보였다. 승계에 따른 국내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도 작용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투자가 주가부양의 원동력이었다. 실제 이 회장 타계 후 첫 거래일인 금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개장 후 줄곧 오름세를 나타내는 중이다. 이처럼 외부유입 자금으로부터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를 위해선 조속한 지배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5대그룹에서는 유일하며, 국내 주요그룹에서도 경영일선에 나선 총수가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는 사례는 손에 꼽힐 정도”라면서 “그동안 이 부회장이 그룹 전면에 나설 수 있던 것은 비록 병상일지라도 부친의 지배력이 공고했기에 가능했다”고 풀이했다. 이어 그는 “재판이슈와 더불어 이 회장 타계로 인해 이 부회장에 잠재적이던 숙제가 당면과제로 급부상한 상황”이라 덧붙였다.

한편, 서울삼성병원에서 진행 중인 이 회장 장례식은 원불교 교단장으로, 4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28일이다. 장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소재 삼성일가 선영과 수원 선산 등이 후보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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