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창업주 별세, 1987년부텨 회장 맡아
과감한 투자·결단력 통해 반도체 사업주도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서 ‘신경영’ 선언 화제
불법 경영승계·정경유착·비자금 조성 등 논란도 많아

1988년 3월 22일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삼성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의 이건희 회장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87년 부친인 이병철 삼성창업주 별세 이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2014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하기 전까지 약 27년 동안 삼성그룹을 이끌었다. 그동안 반도체와 스마트폰, 바이오 등 신사업을 통해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궜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취임 당시 10조원이었던 매출액이 2018년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으며, 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259배, 주식의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396배나 증가했다.

이 회장은 1942년 1월9일 경상남도 의령에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서울에서 혜화초등학교를 다니다 1953년 일본으로 건너가 중학교 1학년까지 유학 생활을 했다. 일본 와세다대학교 경제학부를 거쳐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1967년 맞선으로 만난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의 장녀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리움 관장과 결혼했다. 재용(삼성전자 부회장), 부진(호텔신라 대표), 서현(삼성물산 사장) 등을 슬하에 뒀다.

이 회장은 1966년 9월부터 삼성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그해 중알일보 산하 동양방송(TBC)에 입사한 뒤 중앙일보와 동양방송 이사, 삼성물산 부회장 등을 거쳐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병철 창업주가 사망한 뒤, 1987년 12월 삼성그룹 회장에 올랐다.

셋째 아들 이 회장이 삼성을 물려받은 것은 당시 이병철 회장의 결정이었다. 1969년 장남이었던 고 이맹희 CJ그룹 회장은 차남 고 이창희와 함께 이병철 회장의 비리를 박정희 청와대에 고발한 일로, 아버지의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이란 그룹의 21세기 비전을 발표했다. 이어 제2 창업의 선포와 함께 인간중심·기술중시·자율경영·사회공헌'을 그룹 경영의 기본 이념으로 삼아 재도약에 나섰다.

특히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주도하면서 과감한 투자와 결단력을 보여줬다. 1976년 삼성전자의 한국반도체 인수 및 1980년대 말~1990년대 초의 불황 속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나는데 발판이 됐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 취임 후인 1992년 이후 20년간 D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했다. 2018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44.3%를 기록했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선언을 통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표현으로 유명한 삼성그룹 ‘신경영’을 선언한 뒤 선진 경영시스템과 조직문화를 도입하며 대대적 변화를 추진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들도 모두 각 사업 분야에서 대표적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이 회장은 성공한 경영자로서의 면모를 가졌지만 이면에는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와 정경유착, 비자금 조성 등의 논란도 많았다. 이 회장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사건을 시작으로 2000년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 2005년 ‘삼성X파일’ 사건 등이 발생했다.

지난 2008년에는 차명계좌가 적발되고 1000억원대 세금포탈 혐의가 드러나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그는 2009년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집유 4년·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았다. 2009년 12월 대통령 특별 단독사면을 받아 2010년 삼성전자 회장으로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10일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인근 순천향대 서울병원으로 옮겨진 이 회장은 당시 심폐소생술(CPR)을 받을 정로 위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막힌 심장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스 시술을 받고 심폐기능을 되찾았지만 좀처럼 의식을 찾지 못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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