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영향 반복되는 ‘원전정지’ 강력 질타···정재훈 한수원 사장 “300억원 투입해 설비 보강”
방사능 오염수 위험도·영향 등 질의도···엄재식 원안위원장 “日방출시 전문가 파견 등 필요해”

제10호 태풍 '하이선' 영향으로 발전 정지된 월성원전 3호기. /사진=연합뉴스
제10호 태풍 '하이선' 영향으로 발전 정지된 월성원전 3호기.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공방이 한창인 가운데 원전 안전성 문제가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의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 태풍 ‘마이삭’, ‘하이선’으로 인한 원전 정지 사태,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등 문제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집중 추궁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2일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한국원자력안전재단,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실시했다.

◇“태풍 때마다 대책 발표, 예산도 계속 쓰여” 비판···‘불시정지’ 빈발 지적도

의원들은 우선 태풍 ‘마이삭’, ‘하이선’ 당시 월성 2·3호기, 고리 3·4호기, 신고리 1·2호기 등 원전 6기가 자동 정지된 부분과 후속 대책을 질의했다. 앞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결과 원전의 자동 정치 원은 ‘섬락’(閃絡, flashover)현상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원전설비, 송전선로 등에 염분이 쌓이면서 순간적으로 전기가 통할 때 불꽃이 튀는 현상이다.

해당 현상으로 지난 달 3일 고리1·2·3·4호기, 신고리1·2호기 등은 시차를 두고 소외전원 공급이 끊겼고,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되면서 고리3·4호기, 신고리1·2호기의 가동이 중단됐다. 또한 지난 달 7일 월성2·3호기의 터빈, 발전기 등이 정지됐다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밝혔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이와 관련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는 주로 지진,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에 후속 조치가 집중됐었다”며 “반면에 태풍에 의한 피해에 대해선 1980년대 태풍들과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지속적으로 보완해오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 과정에서) 2007년 설비교체가 있었는데, 이번에 초속 30m가 넘는 태풍이 오면서 마침 해당 파트가 모두 문제를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이번에 태풍으로 고장이 발생한 관련 설비를 모두 지중화하거나 외부 영향이 없도록 가스절연 방식을 적용하는 데 3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면서, 해당 내용은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협의됐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부가 50개 후속대책을 마련했음에도 시행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조1000억원을 들여 50개의 과제를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태풍이 일어날 때마다 대책을 새로 발표하고, 예산은 계속 쓰인다”고 비판했다.

이에 엄재식 원안위원장은 “50개 대책은 국가 재난 재해에 대비해 원전 설비를 보강하는 일들이라 가만히 둘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추진 현황과 진척도를 계속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고, 정 사장도 “후쿠시마 후속 조치 56건 중 51건을 완료했고 5건은 진행 중이며 모두 한수원의 자체 예산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의 “지난 1986년 태풍 ‘베라’ 때 원전이 멈춰선 뒤 30여년간 같은 이유로 원전이 멈춰서는 데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나”라는 질의에는 “송전 설비가 취약했던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2003년 ‘매미’, 올해 모두 염해 때문에 원전이 멈춘 것은 맞지만, (멈춘 곳이) 스위치 야드(발전소 생산 전력을 송전선로로 공급하는 시설)냐 발전소 안이냐에 따라 소관 범위가 달라진다”고 답하기도 했다.

원전이 예기치 못한 고장, 오작동 등으로 불시에 정지되는 경우가 빈발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언급하며 지난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발생한 원전 고장정지는 총 18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또한 설비 정비를 위해 원전을 정지한 경우를 제외하고, 총 13건이 갑작스런 고장으로 정지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고장정지 사례의 원인은 원전 부속 기계결함 9건, 계측기 이상 4건, 터빈 정지 3건, 전기 계통 문제 1건 등이었고, 기계 고장 중에서는 부적절 제어봉 삽입, 진공관 파열, 밀봉부 부식 등이 문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 한 번의 사고가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전 사고에 대한 국민적 두려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수원은 고장 사고에 대한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오른쪽부터), 김혜정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이사장, 손재영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김석철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등. /사진=연합뉴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오른쪽부터), 김혜정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이사장, 손재영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김석철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등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日후쿠시마 오염수, 70% 이상 오염된 상태”···해양방류 시, 1달 내 제주도, 서해 도달

이날 국감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관련 문제도 함께 다뤄졌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저장탱크 용량 125만톤 중 123만 톤이 채워졌고, 137만톤으로 용량을 증설해도 2022년에는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일본이 방류할 경우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엄 위원장은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는) 처리된 물에도 세슘 등이 포함돼 있어 70% 이상 오염된 상태”라며 “처리수, 오염수 의미를 떠나 물이 오염돼 있다는 건 확실하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 방류키로 결정하게 될 경우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 핵물질 정화설비를 이용해 재처리를 반복해 오염도를 법정 기준치 이하로 낮춰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엄 위원장은 “이 설비는 통상적으로 액체 폐기물을 바깥으로 배출할 때 쓴다”며 “특정 기술이나 설비에 의해 처리수를 처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처리된 후 나오는 물에 삼중수소(트리튬)가 있는지를 실제 물의 오염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 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원들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시 제주도, 서해 등에 도달하는 시기에 대해 질의하기도 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언급하면서 독일 헬름헬츠 해양연구소 동영상 자료를 심층 분석한 결과,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시 세슘 등 핵종 물질이 미량인 경우에도 한 달 내 제주도와 서해에 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해양과학기술원 측은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한다면, 다른 핵종 물질의 경우에도 세슘과 비슷한 시점에 해류를 타고 국내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고, 엄 위원장도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출할 경우 우리 측에서도 관계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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