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수사 전문 특수통 수난 인사 이후 이뤄지는 첫 주요 기업 수사
비자금 흐름까지 밝혀내면 상당한 성과 인정받을 듯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최신원 SK네트워크 회장 비자금 의혹과 관련, 연일 압수수색을 이어가며 수사 고삐를 죄고 있다. 기업수사통인 윤석열 라인이 대거 좌천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검찰이 어떤 성적을 낼지 주목되는데, 비자금 흐름을 잡아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인사는 “대기업 오너수사의 핵심은 비자금이고, 비자금 수사의 핵심은 그 흐름”이라고 전했다.

8일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전준철)는 지난 6~7일에 걸쳐 최신원 회장 자택 및 SK네트워크 본사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자료 확보에 나섰다. 검찰은 최 회장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최태원 SK회장의 사촌형이다. 검찰이 처음부터 오너 자택 압수수색까지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현재까지 수사내용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수사가 관심을 끄는 것은 대규모 검찰 인사 후 사실상 첫 기업 오너수사라는 점이다. 이는 다시 말해 윤석열 라인이 사실상 좌천되거나 중앙에서 벗어난 이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체제에서 이뤄지는 첫 수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너의 비자금 수사는 특수통들의 전공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현재는 요직에서 밀려나며 과거보다 그 위상이 많이 약해진 상황이다. 특수2부장으로서 삼성 이재용 수사를 맡았던 송경호 3차장은 여주지청장 자리를 지키고 있고 한동훈 검사장은 좌천을 넘어 수사를 받는 처지다. 증권범죄 전문가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은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하라는 윤석열 총장 지시를 거부한 이성윤 지검장을 공개 비판한 후 법무연수원으로 인사가 났고 결국 조직을 떠났다. 삼성 불법승계 의혹을 이끌었던 이복현 당시 경제범죄형사부장도 중앙지검을 떠나 대전지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과거 윤석열 지검장 시절 삼성 수사와 관련해선 당시 한동훈 3차장, 송경호 특수2부장이 주목받은 바 있다. 이성윤 체제에서의 최신원 회장의 비자금 의혹 수사는 전준철 부장(31기)이 이끌고 있다. 순천고 출신인 전 부장은 지난 인사에서 반부패2부장에서 1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참여한 바 있다. 반부패 관련 수사의 직접 지휘는 형진휘 4차장(29기)이 맡는다. 삼성 수사 당시 한동훈 차장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일단 비자금 정황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진일보된 수사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모아진다. 해당 수사가 FIU(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넘겨받은 건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자금흐름과 관련한 파악은 어느 정도 진도를 뗀 상태에서 시작하는 수사라는 의미다.

비자금의 흐름 및 용처까지 수사가 이뤄진다면 상당한 성과를 보여준 수사로 평가될 것이란 전망이다. 오너일가를 넘어 권력형 비리로까지 수사 칼끝이 뻗어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너 비자금 수사는 기업 수사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한편 이번 검찰의 움직임과 관련, 재계는 숨죽여 지켜보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정바람이 약해지는 듯 하는 시점에 이뤄지는 정통 오너수사이기 때문이다. 4대 그룹 오너일가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지는 상황 속 다른 기업 오너들 역시 언제든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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