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때 주식소각···그룹 지배력은 동생 못미쳐
‘지난달에도 1억’ 장기간 기부활동으로 ‘국민훈장 동백장’···군복무도 재계모범
경영인으로선 상당한 논란···회사실적 악화되는데 나 홀로 급여상승 지탄받기도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검찰이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을 둘러싼 비자금 수사를 본격화 한 가운데 남다른 최 회장의 이력에도 눈길이 간다. 재계의 대표적인 기부왕으로 통함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각종 구설에 오르내렸던 인물이다. 호평과 혹평을 넘나든 논란의 경영인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최종건 SK 창업주의 차남인 최 회장은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형이다. 최 창업주는 그룹 회장직을 동생 최종현 SK 회장에 물려줬다. 최종현 회장 타계와 맞물려 2세 시대를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최 창업주의 장남 최윤원 SK케미칼 회장 주도의 가족회의를 통해 가장 경영수완이 뛰어난 평가를 받았던 최태원 회장이 그룹 총수직에 취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윤원 회장이 2000년 8월 작고하면서, 차남 최신원 회장이 집안의 맏이 역할을 도맡게 됐다. 사촌형제들 간 우애가 여전히 두터운 것으로 전해지는데, 지난 2018년에는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과 사촌동생들인 최태원 회장, 최재원 부회장 등을 이끌고 한국시리즈 6차전이 열리는 경기장을 찾아 SK와이번스의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사회권력층의 병역기피 현상이 도드라지는 상황에서 그는 병역논란에서 자유로운 몇 안 되는 재벌가 일원이다. 부친의 권유로 1973년 해병대 258기로 복무를 의무를 다했다. 갖은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는 기존 재벌가 자제들과는 확실히 다른 행보였다. 해군 중위로 전역한 최태원 회장의 차녀 최민정 씨의 임관식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지난해 최 회장은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받았다. 27년간 132억원에 달하는 기부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실제 그는 재계에서 알아주는 기부왕이다. 지난달 7일에도 수해복구와 이재민구호를 위해 1억원을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기금에 기탁했다. 2007년 설립된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창립회원이며 2012년부터는 모임의 회장직을 맡았다.
이 밖에도 두터운 인적네트워크를 자랑하며 국내·외 다양한 단체들에 소속돼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던 경영인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이력 탓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주장한 200억원의 비자금 조성혐의가 쉬이 납득되지 않다고 지적한다. 검찰은 회계 상 실수가 아닌 조직적인 은닉이 이뤄졌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최 회장은 민간외교관이라 불릴 정도로 잦은 해외 출장길에 올랐는 데 이 과정에서 뭉칫돈이 국외로 흘러갔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최 회장의 비위의혹 행위를 두고 비호하는 여론이 있는 가하면 “충분히 그럴 만 한 인물”이란 혹평 역시 제기되는 게 사실이다. 호평에 버금 갈만큼 비판과 비난의 중심에 섰던 경영인이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지주사 체계다. 최태원 회장이 SK㈜를 통해 그룹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최창원 부회장이 SK디스커버리를 통해 소그룹 체계를 유지하는 형태다. 집안의 맏이 격인 최신원 회장의 지배력은 미미하다. SK네트웍스 지분 0.83%만을 보유했다. SK네트웍스는 선경직물의 후신으로 그룹 모태라는 상징성 있는 계열사지만, 지분율 39.1% SK가 최대주주다.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한 상황이다.
이는 지난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과 연관 깊다. 2001년 재무재표를 작성하면서 은행 서류를 위조해 약 1조5000억원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적발됐다. 이 일로 최태원 회장이 재판에 회부돼 구속되는 일까지 빚어졌다.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오너일가의 SK네트웍스 소유지분이 소각되면서 최신원 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도 약화됐다.
현재 최 회장이 보유한 SK네트웍스 지분은 소각 직후인 2004년부터 꾸준히 매입한 양이다. 부친이 설립해 SK그룹의 기틀을 닦은 계열사인 만큼 SK네트웍스에 대한 최 회장의 애정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SKC 대표직을 지내고, 2016년 SK네트웍스 대표로 재임 중인데, 복귀 당시 남다른 감정을 표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애착과 소회와 달리 경영인으로서는 논란이 많았다. SKC 대표직일 때부터 실적 등 각종 경영현안과 관련해 비판이 제기됐는데, SK네트웍스에서도 유사했다. 책임경영을 외치며 독자적인 경영력을 선보인다는 포부를 드러냈으나, 취임 2개월 간 직원들과의 상견례를 제외하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외부일정을 소화해 지적을 받기도 했다.
SKC 대표 재임 중 계획된 일정을 소화하고 집무실 공사 등이 이뤄지면서 출근이 늦어졌을 뿐 업무를 보지 않은 것은 아니란 해명에도, 회사 안팎의 시선은 다소 싸늘했던 것이 사실이다. 경영실적 부진으로 회사 내 구조조정이 가능성이 대두된 상황에서 고액의 연봉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샀다.
2015년까지 SK네트웍스 등기이사 보수총액은 11억원이었다. 최 회장이 취임한 2016년에는 2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후에도 2017년 39억원, 2018년 63억원, 지난해 63억원 등을 나타내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낸 바 있다. 이 기간동안 최 회장은 각 해 18억7000만원, 30억원, 52억5000만원, 52억5000만원 등을 수령해 상당수가 최 회장 몫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회사 실적과 대비되는 나 홀로 임금 인상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SK네트웍스는 최 회장 취임 직전인 2015년 7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했다. 이듬해 81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17년(346억원)과 2018년(76억원)에도 2015년에 못 미치는 흑자를 실현했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SK네트웍스의 순손실 규모는 1228억원이다.
한편, 지난 6일 최 회장 자택과 SK네트웍스·SK텔레시스 본사 및 SKC 수원본사·서울사무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검찰은 7일에도 SK네트웍스 본사에 대한 조사를 한 차례 더 실시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이 장시간에 걸쳐 조성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측은 “수사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며 “향후 진행사항과 확정사실 등이 있을 경우 관련 내용을 공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