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개 가까이 급증한 민간 VC·액셀러레이터···정부 지원금만 받고 펀드 결성 않거나 투자실적 없는 곳도 있어
업계 "EXIT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수익성 내지 못하는 민간 투자자는 도태"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민간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모태펀드 규모가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벤처투자 자금이 많아지면서 벤처캐피탈(VC)이나 액셀러레이터도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투자를 하지 않는 허위 투자자들도 일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투자업계 통계에 따르면 국내 VC와 액셀러레이터 수는 지난해 말 크게 늘었다. 2019년 기준 국내 벤처캐피탈(창업투자회사 포함)은 179개사, 국내 액셀러레이터 수는 214개사로 집계된다. 모태펀드 확대와 벤처투자촉진법 제정으로 인해 벤처투자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민간 투자자들도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투자 펀드를 구성하지 않거나 투자하지 않는 벤처캐피탈이나 액셀러레이터들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벤처캐피탈은 펀드를 구성할 경우 일정 기간 내에 계획대로 스타트업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스타트업 투자를 하지 않기 위해 펀드를 구성하지 않는 이름만 ‘벤처캐피탈’인 회사가 있다는 얘기다.

액셀러레이터의 경우에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유령 액셀러레이터’들이 많다. 초기 스타트업에만 소규모 투자하고 스타트업 육성이나 후속 투자 연계 등은 거의 하지 않는 액셀러레이터도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 지원금만 받고 아예 스타트업 투자 활동을 하지 않는 곳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창업투자회사 검사주기를 3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처분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투자 실적 외에도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위반 등을 관리 감독 중이다. 지난해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윈베스트벤처투자 등 창업투자회사 8곳이 특수관계인 회사 투자, 임직원 대출, 자금중개 등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벤처업계에서는 벤처투자 마중물이 늘어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만큼 기준 미달 벤처투자자들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2018~2019년 벤처펀드는 2년 연속 4조7000억원 규모로 결성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투자회수(EXIT)이 어려운 국내 스타트업 환경이 유령 투자자들을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회수 사례는 미국과 중국과 비교하면 그리 많지 않다. 2019년 투자금 회수규모는 2조3222억원 정도다. 전문가들은 회수를 못할 바에 아예 투자하지 않는 벤처캐피탈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투자나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수익성을 내지 못하고 그대로 망하는 액셀러레이터도 있다.

ICT전문 액셀러레이터 대표는 “최근 기업들이나 개인 투자자들이 액셀러레이터를 많이 설립하는 분위기인데 쉽게 뛰어들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스타트업을 액셀러레이팅하려면 투입되는 자금이 크다”며 “액셀러레이터는 투자 외에도 창업가 멘토링, 데모데이, 후속 투자 연계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결국 전문성이 없고 차별화되지 않는 액셀러레이터는 수익을 낼 수 없고, 수익을 내지 못하는 액셀러레이터는 유령 투자자가 된다. 그야말로 도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나쁜 VC나 액셀러레이터들을 쉽게 구분할 수 없다”면서 “지난해부터 민간 VC나 액셀러레이터가 급증했는데 투자자들이 투자금 외에도 추가적으로 어떤 자문이나 네트워킹을 제공할 수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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