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법원 진술 바꾼 한만호···“검찰이 위증교사” 진정, 지검 인권감독관에 배당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사건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사건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사건에서 검찰 수사팀이 증인에게 허위 증언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놓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추미애 장관이 정말조사를 언급한 가운데, 대검찰청 내부에서는 이 사건 진정인이 무고를 하고 있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추 장관은 1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정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언론에서 이 수사의 방법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첫 단추를 잘못 낀 것과 같다”며 “잘못된 수사 방법을 뿌리뽑아내야 한다. 제도개선을 위해서라도 정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 위증 교사 의혹이 담긴 진정서에 대해서는 “대검찰청에 이 부분에 대해 확인하라고 업무지시를 한 바가 있다”며 “상당히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면 안 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언급에 맞춰 검찰은 해당 진정을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배당했다. 법무부에 접수된 사건이 대검찰청으로, 대검찰청이 다시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내려 보낸 것이다.

2017년 신설된 인권감독관 제도는 검찰의 인권 옹호 기능과 내부 비리를 근절하는 감찰기능을 한다.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관련 진정 사건 ▲내부 구성원의 비리에 관한 감찰 사건 ▲피해자 보호 관련 업무 등의 인권 수호 임무를 전담한다.

진정 사건을 인권감독관에게 배당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이긴 하지만, 검찰은 이 사안을 ‘모해위증 및 교사’ ‘직권남용’ ‘직무유기’가 아닌 ‘인권침해’ 사건으로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역시 대외적으로 감찰 지시가 아닌 수사관행 개선을 위한 진상파악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검찰청 내부에서는 이미 법률적 판단이 완료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고, 이를 정치화 하는 게 불편하다는 시선이 있다. 한 고위 검찰 관계자는 “진정인이 당시 수사 검사들을 무고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앞두고 여권이 여론전에 나섰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15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검찰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한 전 대표는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해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과 상고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그러나 검찰의 강압수사 정황이 담긴 한 전 대표의 옥중 비망록이 공개돼 논란을 낳고 있다. 한 전 대표는 비망록에서 검찰 진술은 추가 기소 위협에 따른 거짓말이었으며 당시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는 진술은 무시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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