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실질 여파는 2월 중순부터, 3월부터 실적 부진···2분기가 걱정”
회사 주력 품목과 내부 사정 따라 여파도 차이···보령·휴온스, 10% 넘는 성장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올 1분기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제약업계의 경우 당초 예상보다 여파가 적었으나, 지난 3월부터 판매가 부진한 사례들이 파악되면서 2분기 실적이 우려되고 있다. 제약사별 주요품목과 내부 사정에 따라 매출 성장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하순 확산을 시작한 코로나19로 인해 당초 제약사들 매출이 큰 폭으로 내려갈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상장 제약사들이 1분기 실적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면서 업체별 차이는 있지만, 코로나19 여파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아니란 분석도 제기된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영업사원들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제약사 경영진이 애를 태운 적이 적지 않았다”며 “실질적 여파는 지난 2월 중순 이후부터이며, 3월부터는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실적이 부진한 사례가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매출 상승과 부진의 차이는 기존 업체별 주요품목과 각 사별 내부 사정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는 계량화해서 평가하기 힘들지만, 1분기에는 예상보다 적었고 오히려 2분기가 걱정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중견제약사들도 업계 상황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상당수 중견제약사 매출은 전년에 비교해 성장했고, 도입품목 판매권 상실 등 구체적 사유가 있는 업체는 일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우선 보령제약은 올 1분기 1342억1200만원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13%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같은 기간 영업이익 성장률이 42.1%를 나타냈다. 이같은 성장세는 카나브패밀리로 대표되는 자체개발 의약품과 도입품목의 꾸준한 호조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카나브의 1분기 원외처방 실적은 지난해 대비 5.8%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도입품목의 대표격인 당뇨치료제 트루리시티와 젬자도 1분기 실적 증가율이 높아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이달 초 보령제약이 일라이릴리로부터 국내 판권 등을 양도 받은 젬자는 향후 집중 마케팅이 예상된다. 지난해 정부의 ‘라니티딘’ 제제 판매중지 여파로 보령제약 항궤양제 ‘스토가’도 올 1분기 지난해에 비해 6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인 품목이다.

휴온스도 연결재무제표 기준 945억7700만원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4.5% 성장했다.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도 매출 857억원, 영업이익 124억원을 달성하며 지난해에 비해 각각 13%, 2% 증가했다. 

1분기 휴온스는 순환기계, 경구제 중심 전문의약품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또 코로나19 영향으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고함량 비타민C ‘메리트C산’ 등 건강기능식품도 매출 신장에 기여했다. 수탁사업부문은 지난해 5월 증설한 점안제 라인 생산 CAPA가 반영돼 전년대비 44%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면 일부 중견제약사는 매출 하락률이 10%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동화약품은 1분기 670억400만원 매출을 올려 하락률이 10.3%로 집계됐다. 동화는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와 체결했던 일반의약품 10개 품목 판권이 지난해 말 다른 제약사로 넘어가며 매출에 직접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동화약품은 내실 있는 제약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다른 회사가 제조한 후 판매하는 ‘상품’이 아닌 자사가 직접 제조한 ‘제품’ 비중이 늘며 매출은 줄은 대신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증가한 것이다. 실제 동화약품의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7억700만원과 22억59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각각 18.2%, 22.6%다.

동화약품의 이같은 내실경영에 도움을 준 것은 감기약 판콜이다. 회사의 대표적 일반약인 판콜은 올 1분기 전년 대비 3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며 120억원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감기약 매출이 올랐는데, 판콜도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서울제약은 1분기 매출 92억2600만원을 기록, 전년에 비해 34.8% 하락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1분기 2억1400만원 흑자에서 올해는 31억5300만원 적자로 전환됐다. 이같은 서울제약의 경영실적 부진은 갑작스러운 회사 매각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서울제약은 지난 2월 하순 최대주주 황우성 회장 외 8인 주식 379만1715주(지분율 44.68%)를 큐씨피 13호 사모투자합자회사에 양도했다. 양도 대금은 450억원이다.

복수의 업계 소식통은 “황우성 회장은 회사 매각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발표 며칠 전 대규모 승진인사를 단행해 무마했다”며 “당초 당분간 대표이사로 남으려던 황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지난 3월 주총에 올라갔지만 부결되며 경영진이 완전히 교체됐다”고 전했다.

이에 현재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서울제약에 파견한 윤동현 대표와 평기호 이사, 황인창 이사, 손명기 이사 등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1975년생이다.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큐캐피탈파트너스 투자본부장을 역임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1분기에 코로나19 여파가 적었다고는 하지만 일부 중견제약사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어 걱정은 끝이 없다”며 “최근 각 업체들이 영업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어 2분기 실적이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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