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약 1500건 규제개혁법안 자동폐기 전망
반복된 ‘강대강’ 대치 속 법안에 대한 논의·숙의 부족
與, 21대 국회서 최우선 처리 방침···기업 반발 변수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산적한 규제개혁법안들의 처리 여부에 주목된다. /사진=이창원 기자
20대 국회의 산적한 규제개혁법안이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이창원 기자

20대 국회 임기가 약 2주 정도 남은 가운데 산적한 규제개혁법안 처리 여부에 주목된다. 오는 20일 사실상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한 법안은 자동폐기 수순을 밟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규제개혁법안을 20대 국회 임기 내에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련 법안 처리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에 속도를 낼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야는 일제히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규제개혁의 방법, 규모, 인식 등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다수의 규제개혁법안 처리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8일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1만5481건에 이른다. 또한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의원 발의 규제법안은 3923건이고, 해당 법안들에 담긴 규제 조항은 7277건이다. 이 중 최소 약 1500건의 규제법안은 20대 국회 임기 내 처리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20일 본회의에서 약 100~200건의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제 규제법안 처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대 국회가 개원 이후 경제민주화를 위한 규제개혁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모습과는 달리 ‘초라한 성적표’를 들게 될 공산이 커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20대 국회가 여야의 정쟁으로 얼룩지면서, 법안에 대한 논의들이 뒷전으로 밀린 영향이 크다. 이는 역대 국회 중 최저 법안 처리율(36.6%)을 보인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 등에서 여야가 논의해 병합‧수정 법안 등을 마련하고, 이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이 정상적인 국회 입법과정”이라며 “법안 처리율이 낮다는 것은 단순히 무의미한 법안, 쟁점법안 등이 많았다고 치부할 순 없다.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처리율이 너무 낮다”고 말했다.

쟁점법안이라 할지라도 여야가 논의, 협상 등을 통해 합의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국회가 해야 할 일이고, ‘너무 낮은 법안 처리율’은 그만큼 소모적인 정쟁이 많았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또한 소모적인 정쟁 속에서 여야는 ‘강대강’ 대치 상황을 반복했고, 규제개혁법안 등과 같은 쟁점 법안은 여야 상호간 ‘무조건 반대’ 입장을 내비칠 뿐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충분한 논의‧숙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향후 20대 국회가 가진 ‘물리적 시간’마저 부족해 해당 법안들의 처리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규제완화 범위, 재벌개혁 등 여야가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문제들을 시한 내에 처리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해당 법안 처리의 공은 21대 국회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한 만큼 정부의 ‘한국판 뉴딜정책’의 속도에 맞춰 규제개혁법안을 최우선 처리 법안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우선 21대 국회 개원 시기에 맞춰 상법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대형프랜차이즈출점 규제, 소비자 집단소송제 등 규제개혁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안들은 야당의 견제가 줄어들게 된 만큼 국회 처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부 고강도 규제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 정도가 법안 처리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