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고용보험 시대’ 정책, 보험설계사도 포함···보험사 비용부담 불가피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임직원 대비 설계사 수 최상위권···구조조정도 쉽지 않아

신한금융그룹(사진 위쪽)과 오렌지라이프/사진=연합뉴스
신한금융그룹(사진 위쪽)과 오렌지라이프/사진=연합뉴스

문재인정부의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 정책이 보험업계의 경영을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한금융그룹의 보험계열사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규모에 비해 많은 수의 전속설계사를 보유하고 있어 고용보험 적용시 늘어나는 비용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두 보험사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내년 합병 작업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文대통령·靑일자리 수석, 연이어 ‘고용보험 확대’ 주장···21대 국회 처리 가능성↑

14일 업계에 따르면 오랜 기간 보험업계의 주요 쟁점 사안으로 있어왔던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문제가 가입 의무화로 결론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비록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수고용노동자) 중 예술인에 한해서만 고용보험을 적용하기로 의결했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여전히 특수고용노동자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고용보험의 전국민 확대를 강조했으며 13일에는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CBS라디오에 출연해 “정부의 입장은 특수고용직까지 꼭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 또한 내달 21대 국회가 열리면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할 방침이다.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화물차 운전자 등으로 대표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타인을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개인사업자의 지위를 갖고 있는 이들이다.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도급·위탁계약을 맺기 때문에 고용안정과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매번 제기돼왔다.

만약 21대 국회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코로나19 확산, 저금리 기조 등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사들의 경영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보험료를 고용주와 근로자가 각각 절반씩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에게는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가 지난 2018년 11월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보험설계사들의 고용보험에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연 208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생명보험협회/표=이다인 디자이너
자료=생명보험협회/표=이다인 디자이너

◇‘자산규모 7·8위’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설계사 수는 빅3 다음···영업의존도도 높아

일각에서는 신한금융 내 보험계열사들이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으로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 규모에 비해 많은 수의 보험설계사를 보유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한 의존도도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기준 신한생명의 전속보험설계사수는 총 596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빅3로 분류되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을 제외한 보험사 중 가장 많은 수다. 그 다음으로 많은 설계사를 보유한 곳은 신한생명(4948명)이다. 자산 기준 두 회사의 업계 순위는 7위(신한생명)와 8위(오렌지라이프) 수준이지만 전속설계사 수는 4번째와 5번째로 많은 것이다. 그 다음으로 설계사가 많은 미래에셋생명(3428명)보다 1500명 이상 많으며 빅3를 제외한 보험사들의 평균(1755명)보다 2~3배 가량  많다.

문제는 두 보험사들이 영업의 상당 부분을 설계사들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두 회사는 소속 임직원 수에 비해 설계사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인력구조를 갖고 있다. 2월 기준 오렌지라이프의 임직원 수는 778명으로 전속설계사가 임직원보다 6배 이상 많다. 임직원 대비 전속설계사 비율은 635.99%로 생보업계 최고 수준이다. 신한생명의 임직원(1254명) 대비 전속설계사 비율은 475.28%로 업계 3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인력구조는 자연스럽게 수입 의존으로 이어진다. 지난 2월 신한생명의 초회보험료는 총 71억8800만원이며 이중 49.61%(35억6600만원)가 설계사를 통해 모집됐다. 이는 푸르덴셜생명(71.3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오렌지라이프의 경우 총 301억6500만원의 초회보험료 중 38.01%(114억6700만원)가 설계사를 통해 들어왔다. 이는 교보생명(49.09%)에 이어 업계 4위에 해당한다.

뿐만아니라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내년 7월 통합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은 더욱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산 기업간 합병을 진행할 때 소속 노동자들은 수년간의 고용보장을 필수 조건으로 내세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당연히 대형사들에게 가장 큰 비용부담이 발생한다”면서도 “설계사의 수가 많은 중형사들도 만만치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필요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경우 당연히 보험사들이 보험설계사 해촉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고용보험 의무화가 설계사의 고용안정에 도움이 될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의무화를 반대하는 설계사들도 상당 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업계의 경영 상황, 산업 경쟁력 등을 다방면으로 고민한 후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