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경쟁력 갖춘 품목 상당수 中과 경쟁···코로나극복 모범사례로 평가
“코로나發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 중···정부·기업 예의주시, 도약기회 잡아야”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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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국제사회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확진·사망자가 폭증하고 있는 미국·유럽 등에서 최초 발원지인 중국의 책임론을 주장한 까닭에서다. 중국을 향한 원망이 경제제재로 이어지면서 우리 기업에도 일정수준 수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세계 각지에서 중국에 코로나19 관련 손해보상 청구액만 3경원을 웃돈 것으로 전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책임론을 제기한 가운데,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코로나19 피해가 큰 국가들도 이에 동조하며 코로나19의 발발 원인을 놓고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자, 중국 자본과 기업들에 대한 견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낮추고, 중국 자본의 자국 기업 인수를 규제하는 제도들이 강화되는 추세다. 대부분 특정국을 지칭하지 않고 해외자본의 투자 규제 방침을 강화한다고만 밝혔으나, 결과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다.

우선적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될 기업으로는 화웨이가 꼽힌다. 미국·유럽 등은 현재 5G(차세대 네트워크5세대(5G) 이동통신 망 구축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속적으로 화웨이를 불신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왔지만, 다른 국가들의 경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화웨이를 지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같은 ‘차이나 보이콧’ 움직임은 화웨이에 그치지 않고 점차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세계 수출시장 1위 품목으로 본 우리(한국) 수출의 경쟁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 전 세계 1위 품목의 1/3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품목들에서도 높은 성적을 유지 중인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제품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거세질 경우, 대체제가 필요해진다. 자연히 한국 기업에도 수혜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1위 품목 수는 63개다. 2~10위권에 랭크된 품목은 533개다.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등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가 경쟁력을 보이는 품목들 중 상당수는 중국 역시 경쟁력을 지닌 분야다.

중국과 세계 1위를 놓고 경쟁하는 분야로는 △화학제품 △철강·비철금속 △전자기계 △섬유 등이다. 한국이 세계 1위를 차지하는 63개 품목 중 13개 분야서 중국이 2위에 올라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2~10위권에 랭크된 품목들 중 상당수 역시 중국이 1위를 차지하거나 상위권에 랭크된 품목들이다.

미국·유럽 등이 중국 대체제의 유력 후보군에 한국을 포함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했다는 평가가 상당한 힘을 보탤 전망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의 공장가동률이 저하돼있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인다. 주요선진국들의 생산기지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코로나19 몸살을 앓고 있다.

제품의 질과 원활한 수급 등을 감안하면 중국에 대한 규제로 인한 가장 큰 수혜국으로 한국이 지목된다. 시사저널e가 접한 주요 수출품목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도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에 대한 견제와 제재가 강화될수록 한국의 수혜가 점쳐진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세계정세가 급변하고 글로벌 경기가 악화됐다는 점에서 예의주시 할 필요성에 대해 지적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대신해 판매하게 됨에 따라 발생하게 될 매출상승 여력은 분명하지만,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시장이 상당히 우려스러운 시점”이라면서 “경쟁국·경쟁업체 등보다 판매 우위를 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시장이 부흥하는 것이 실익면에선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을 역임한 김상철 G&C팩토리 대표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발발할 당시에도 비슷한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면서 “두 나라간 자존심 다툼 사이에서 중국을 대신해 한국이 실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었으나, 결과적으로 중국에 납품하는 한국업체들도 힘들어졌던 것이 사실”이라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주요국들이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를 시행한다면 경쟁품목에 있어서 한국의 수혜가 예상되지만, 반대로 손해를 보는 기업들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들 중심으로 이 같은 흐름을 예의주시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글로벌 경제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만큼, 기회만 잘 잡으면 한국의 도약기회가 분명히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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