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넘어 2분기까지 서버 수요로 모바일 부진 상쇄
코로나19 장기화 시 하반기 서버 수급 불확실성 확대…연간 가이던스 미확정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 시장 전망치 5000억원대를 한참 웃도는 8003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 수요가 줄었지만 서버용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호실적을 냈다. 발목을 잡던 낸드플래시 사업에선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개선했다.

회사 측은 올 2분기까지 서버 수요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1분기 중국 공급망 폐쇄로 주춤했던 PC 수요도 빠르게 회복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수요 부진이 예상되나 상반기 내 서버와 PC 수요로 충분히 상쇄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시장에서도 오는 2분기 SK하이닉스가 매출 7조원대, 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호실적에도 하반기 업황은 불투명하게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사업 변수가 많아졌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메모리 출하 계획은 밝혔으나 연간 전망치는 제시하지 못 했다. 3개월 전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올해 연간 D램, 낸드 출하 성장을 공언했던 것과 대비된다.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3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수급 불확실성 때문에 현재로선 연간 가이던스를 제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갈린 수요…모바일 줄고 서버 늘고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액 7조1989억원, 영업이익 8003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 늘고 영업이익은 239% 증가했다.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은 11%로, 전 분기 대비 8%포인트 개선됐다. 메모리 호황 여파가 남았던 전년 동기 대비로는 매출은 6% 늘고 영업익은 41% 감소했다.

이번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웃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개월 간 집계된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6조8680억원, 영업익 5091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이 전망보다 약 3000억원 가량 더 높다. 매출의 경우 지난해 1분기 이후 처음으로 7조원을 넘었고, 영업이익은 6분기 만에 반등했다.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은 서버용 반도체가 뒷받침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서버 수요 회복에 코로나19 여파가 겹쳤다. 모바일용 반도체 수요는 줄었지만 서버 수요가 크게 늘어 손실을 상쇄했다. 서버용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면서 1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비트그로스는 전 분기 대비 4% 줄었지만 평균판매가격(ASP)은 3% 상승했고, 낸드는 비트그로스 12% 성장, ASP 7%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적자를 내던 낸드 사업 수익 개선이 두드러졌다. 1분기 낸드 사업에서 SSD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40%에 달했다. 전 분기 대비 서버향 SSD 제품 판매 비중이 대폭 늘었다. 여기에 1분기 재고자산평가손실 환입금 약 1800억원, 환율 상승에 따라 약 700억원 정도 실적 상승 효과를 봤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추세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올 4분기엔 낸드 사업에서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제품 재고 자산도 1분기 말 정상 수준에 도달했다. D램의 경우 지속적으로 재고 규모를 줄여 2분기 말까지 2주 초반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낸드의 경우 앞서 1분기 말 4주 이하 수준으로 축소했다. 2분기 판매 증가에 따라 추가 축소가 예상된다.

◇2분기는 서버 수요 지속…하반기는 ‘캄캄’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메모리 업황을 두고 서버 수요 지속, PC 수요 회복, 모바일 수요 부진을 예상했다. 이에 따라 2분기 D램은 지난 분기와 같은 수준 출하량을, 낸드는 10% 출하 증가를 계획했다. 예상치 못한 수요 감소가 발생하면 재고를 활용해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차진석 CFO는 “D램과 낸드 모두 PC와 서버 메모리 수요는 단기적으로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수요는 경기 재개 추이와 함께 변동될 것으로 예상해 즉각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상반기엔 D램, 낸드 모바일 수요를 서버로 모두 커버했고 2분기 말 재고와 제품 믹스 모두 건전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하반기다. 회사 측은 2분기까지 서버 수요 강세를 예상했으나 코로나19 여파가 하반기까지 장기화할 경우 수급이나 가격 측면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올해 연간 출하 가이던스는 확정짓지 못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마찬가지지만 하반기의 경우 서버 수급이나 가격 전망에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면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선 서버 시장 성장이 유효할 것으로 보고 하반기 고용량 서버 제품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설비투자 규모도 지난해보다 줄이고 공정 미세화에 집중한다. 올 연말까지 M16 클린룸 준비를 마치고 D램 일부 생산능력을 이미지센서로 전환하고 낸드도 3D 공정으로 전환한다. 이에 올 연말 기준 웨이퍼 생산능력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대신 당분간 고수익 제품 비중을 키워 불확실성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1z나노 D램은 올 하반기에 양산에 돌입해 연말까지 1y와 1z나노 제품 매출 비중을 40%대로 키운다. 낸드의 경우 96단 제품 매출 비중을 2분기 중 50%까지 확대하고 연말까지 96단 및 128단 비중을 7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추이를 지켜보고 협력업계와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최근 일부 장비사가 생산 차질을 겪는 점을 두고는 아직까진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진석 CFO는 “해외 이동제한, 출입국 규제 등으로 인해 종전 대비 장애 요인이 발생하고 있는 건 사실이나 아직 현재까지는 대체 수단을 강구함으로써 조정 가능한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1분기까지는 의미있는 생산 차질이 발생하진 않았지만 이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에 하반기로 가면서 실제 생산 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협력사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갖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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