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향 D램 가격 4개월 연속 상승…서버용 D램 지난달 가격 전월 比18%↑
하반기 불확실성 고조…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간 출하 계획 철회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4개월 연속 D램 가격이 상승세다. 하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업체는 올해 메모리 사업 전략을 확정짓는 데 차질을 겪고 있다. PC와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성장했지만 당초 기대했던 스마트폰 시장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하반기 모바일 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한해 경영 및 설비투자 전략을 확정짓기 더더욱 어려워졌다. 

4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향 범용제품인 DDR4 8기가비트(Gb) D램 제품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2.94달러 대비 11.9% 오른 3.29달러다. 전년 동기(4달러) 대비로는 17% 낮지만 올해만 따지면 4개월 연속 가격이 올랐다. 특히 이 제품의 한달동안 가격 상승폭이 10%를 넘어선 것은 2017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제품 가격이 3달러 선을 웃돈 것도 지난해 6월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 D램익스체인지  “가격 상승세, 2분기에도 이어질 것”

D램익스체인지는 “2분기에도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그 배경으로 “코로나19 발생 초기와 비교해 중국 공장 가동률이 회복되고 생산량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서버용 D램 가격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달 서버용 D램 DDR4 32GB RDIMM 제품 가격은 143.15달러로 전월 대비 18% 올랐다. 고용량 64GB 제품의 경우 19%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원격근무 등 비대면 수요가 늘면서 클라우드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 투자를 확대한 결과다.

시장에선 서버용 반도체 호재가 3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본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서버용 32GB 제품의 경우 지난달 140달러대에 이어 올 3분기 150~160달러선에서 계약 가격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격 상승 폭이 어느 정도 될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3분기에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다는 흐름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격 상승에도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연간 메모리 출하 전망치를 공개하지 못한다. 지난 1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실적 발표와 함께 연간 D램 10% 중반 이상, 낸드 20~40% 수준의 출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치를 제시했다가 지난달 말엔 제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D램 3위 공급사 마이크론 역시 실적 발표를 통해 연간 D램과 낸드 수요는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여행제한 조치로 장비 수급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업계는 스마트폰 시장 불황이 메모리 기업들의 사업전략에 불확실성을 더했다고 본다. 코로나19 여파로 2분기 해외 주요 유통채널이 폐쇄되면서 스마트폰 판매에 차질이 생겼다. D램익스체인지는 보고서를 통해 전자 제품 중 스마트폰이 수요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급사 퀄컴도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올 3분기(4~6월)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당초 예상 대비 최대 30%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스마트폰 출시 연기설까지···불확실성 커져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현재로선 예전과 달리 기업이 제시하는 가이던스 의미가 사라졌다. 가이던스를 제시한다고 해도 신뢰도가 많이 떨어지는 지표가 될 것”이라면서 “메모리 업계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향후 사업 전망을 확정짓지 못하다 보니 설비투자 계획만 보수적으로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시장 변수는 스마트폰이라고 분석한다. 하반기는 스마트폰 성수기다. 특히 메모리 업계는 5G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서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주요 업체의 신제품 출시가 밀릴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제기된다. 최근 맥루머스와 폰아레나 등 해외 IT 전문 매체들은 애플의 신형 아이폰12시리즈의 일부 모델 출시가 한달 가량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제품 수요가 부진할 경우 주요 업체의 증설 및 설비 투자 계획 역시 조정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올해 설비투자 지출액이 지난해 397억달러에서 15% 감소한 336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모바일이 얼마나 반등할지 예측할 수 없고 연말 서버향 수요 역시 예상이 어려워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 투심은 이미 하반기 업황이 어렵다는 방향으로 쏠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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