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연간 출하 계획·LG디스플레이 OLED TV 패널 양산 목표 "밝히기 어렵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IT 제품 수요 늘고 모바일 줄어…하반기 셈법 복잡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코로나19 여파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 하반기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 반도체 시황 예측이 어려워 매년 발표하던 연간 출하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는 신공장 가동이 지연되면서 올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패널 연간 생산 목표량을 발표하지 못했다. 전방 세트산업을 넘어 부품산업까지 수급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기업 경영 부담이 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연간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 전망치를 취소했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지난 1월 지난해 4분기 실적 당시 올해 연간 D램 출하 성장률은 10% 중후반, 낸드는 40% 이상을 계획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D램 시장 수요 성장률에 대해서도 지난해보다 높은 20%, 낸드는 30% 초반 전망치를 제시했다. 이 회사는 연초 주요 제품의 연간 수요와 출하 전망치를 발표해 왔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수급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3개월만에 앞선 전망치를 취소했다. 

◇ 전방산업 수요위축에 메모리마저 불확실성 커져

SK하이닉스가 이같이 수치 전망조차 하지 못하게 된 주된 원인은 올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내 스마트폰 기업들이 생산 차질을 겪은 데다가 2분기 북미와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세다. 증권업계는 상반기 동안 억눌린 스마트폰 수요가 3분기 들어 반등할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여전히 수급 불확실성이 공존한다고 전망한다. SK하이닉스는 D램 사업에서 30%가량, 낸드에서 50% 이상 모바일용 제품으로 매출을 내고 있다. 

어규진 DB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는 모바일 제품 성수기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수요 부진, 기업 생산 차질, 신제품 출시 지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수급 불확실성을 감안해 보수적 전망치를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사업 셈법도 복잡해졌다. SK하이닉스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비 투자를 대폭 줄이고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하반기 서버용 제품 등 고부가 비중을 확대한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경우 비메모리 대비 연간 가이던스를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메모리 사업은 가격에 영향을 크게 받는데 가격 움직임 예측이 어렵고 주문이 탄력적으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며 "TSMC와 같은 파운드리 업체가 연간 가이던스나 설비 투자를 하향 조정하지 않는 것과 대비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올해 2월 실적을 발표한 메모리 반도체 3위 업체 마이크론도 올해 연간 출하 가이던스는 제시하지 못 했다. 업계선 내주 삼성전자 역시 향후 전망을 보수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 역시 내주 실적 발표를 통해 우호적인 전망을 제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보수적으로 내다볼 것"이라며 "시장에선 이미 올 하반기 업황이 어렵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추세다.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어렵다는 심리가 현 주가 흐름에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LGD, “코로나19 사태로 하반기 변동성 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LG디스플레이 역시 올해 OLED TV 패널의 연간 양산 목표 수량을 제시하지 못했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날 실적 발표를 통해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연간 OLED TV 패널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10%대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하반기 수요 변동성이 커 구체적인 수량에 대해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올해 연간 600만대 중후반의 양산 목표를 잡았으나 지난 1월 600만대 전후로 목표치를 하향했다. 중국 내 엔지니어 파견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광저우 OLED 신공장 가동 준비가 올 2분기로 반년가량 지연되면서다. 업계선 올해 OLED TV 패널 500만대 초중반 양산을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도쿄올림픽도 취소된 상황이라 세트업체의 기대도 낮고 유통 채널도 폐쇄되면서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광저우 공장에서 패널 양산을 시작해도 세트 업체 수요가 크게 올라올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OLED 신공장 가동은 흑자 전환과 직결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공장 가동을 통해 OLED 패널 출하량을 늘려야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매출 비중을 키울 수 있고 패널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1분기 이 회사의 OLED TV 패널 매출 비중은 14%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 스마트폰용 OLED 사업에서 상반기 대비 두 배 이상 매출 실적을 올려 이를 만회할 계획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한 스마트폰 수요 약세는 여전히 위기 요인이다. 

시장에선 LG디스플레이와 SK하이닉스 태도 변화를 두고 전방 세트산업을 넘어 주력 부품 사업까지 불확실성이 고조된 것으로 풀이한다. 양사는 시장 소통 차원에서 그간 실적 발표를 통해 주요 제품의 연간 출하 목표를 밝혀왔다. 기업 가이던스는 매 분기 상황에 따라 다소 수정돼 왔으나 올해처럼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연간 전망치를 내려잡거나 아예 확정짓지 못한 적은 드물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주가에 큰 영향을 준다고 단정짓긴 어렵다"면서도 "현재 어떤 기업도 사업 전망에 대해 확답을 못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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