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 심화할 것”···증권사들 목표주가 줄줄이 내려
호텔신라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변경···수익성 악화 및 주가 하락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지난 4일 신라면세점 제주점이 휴점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4월 중 주말과 공휴일에 영업하지 않기로 했다. / 사진 =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지난 4일 신라면세점 제주점이 휴점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4월 중 주말과 공휴일에 영업하지 않기로 했다. / 사진 = 연합뉴스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호텔신라 신용등급에 경고등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 탓이다. 증권사들도 연이어 목표주가를 내리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전날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호텔신라를 약 876억원을 사들였다.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 가운데 상위권이다. 같은 기간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68억원, 860억원을 팔아치운 것과 대비된다. 해당 기간 호텔신라 주가(종가 기준)는 8만1000원에서 7만5300원으로 7.03%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 전반이 침체하면서 호텔·면세점 사업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점을 감안하면 개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세 덕에 비교적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했지만 호텔신라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면세점 매출의 외국인 비중은 83.5%에 달한다. 이 중 중국인 입국객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올해 2월엔 총 입국객이 약 6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줄었다. 특히 중국인 입국객은 73.5% 급감했다. 국내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출국객 역시 같은 기간 60% 감소했다. 인천공항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일평균 출국객이 약 10만명이었지만 최근에는 5~1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인천공항, 김포공항, 제주공항 등 대부분의 공항면세점은 3월 이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20% 수준으로 급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년 동기 대비 월매출이 40% 수준인 지금 상황이 6월까지 이어지면 올해 면세업계 매출은 2019년에 비해 20%가량 감소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이는 올 하반기부터 전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월 매출 감소폭이 커지거나 코로나19 사태가 상반기에 종료되지 않으면 매출 감소폭은 3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들은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내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12만원에서 11만원으로, IBK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12만원에서 10만원으로, NH투자증권은 12만5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호텔신라의 실적 부진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산업은 올해 1분기보다 2분기에 업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며 “중국의 입국금지에 따른 항공편 중단과 한국의 입국자 자가격리 방침으로 중국 리셀러들 활동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 20% 감면 방침을 발표했으나 매출 감소폭이 95%에 달해 이것으론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9일 호텔신라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 자료 = 한국기업평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9일 호텔신라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 자료 = 한국기업평가

최근에는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수익성과 주가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9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호텔신라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주력사업인 호텔·면세점의 영업환경이 급격히 악화돼 영업·재무실적 저하가 전망된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사태 지속기간과 종식시기를 예단하기 어려운 탓도 있다. 현재 호텔신라 회사채 신용등급은 AA다.

한기평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면세업황 악화 수준을 2017년 초 사드이슈 발생 시보다 훨씬 크고 전방위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송수범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사드이슈 발생 시에는 유커 급감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주로 시내면세점에 집중됐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다중시설이용 제한 및 출입국 통제 조치는 시내면세점, 공항면세점, 심지어는 해외면세점까지 거의 모든 사업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한국신용평가(한신평)도 호텔신라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박소영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공항면세점 및 호텔·생활레저 부문에서 발생하는 임차료·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상대적으로 높은 고객유치비가 수반되는 가운데 매출 비중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올해 부진한 영업실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이는 자본 조달 비용 증가로 수익성 악화를 불러온다. 하락폭이 클 경우 기존 대출 만기 연장이 거부될 수도 있다. 또 신용등급 하락은 주가 하락도 부추길 수 있어 개인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