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공격적 투자, 코로나19에 ‘안갯속’
  • 송준영 기자(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20.04.0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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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탓에 7조원대 미국 호텔 인수 ‘삐걱’
과감하게 나선 아시아나항공 인수 건도 안갯속
위기 극복하고 기회 만들 수 있을 지 여부 주목
글로벌 사업에 공을 들이던 미래에셋그룹이 코로나19 악재를 정면으로 맞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사업에 공을 들이던 미래에셋그룹이 코로나19 악재를 정면으로 맞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통큰’ 승부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자충수가 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7조원대 미국 호텔 매입 건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HDC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인수에 나선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업황 부진에 재무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박 회장 입장에선 과거 야심차게 내놨던 인사이트펀드 실패 사례 이후 또다시 위기를 맞은 셈이다. 당시 예기치 못했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쓴 맛을 봤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다만 박 회장이 위기 때마다 파고를 넘기며 회사를 성장 시킨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전화위복(轉禍爲福)을 이뤄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코로나19 악재에 박 회장의 글로벌 부동산 사업 ‘삐걱’

박 회장의 지휘 아래 글로벌 사업에 공을 들이던 미래에셋그룹이 코로나19 악재를 정면으로 맞고 있다. 글로벌 금융 시장이 급락하면서 미래에셋그룹이 갖고 있는 해외 자산들의 가치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래에셋그룹의 해외 대체투자 사업에서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래에셋그룹은 중국 안방생명보험으로부터 미국 주요 거점에 소재한 호텔 15곳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가는 7조원(58억달러) 수준으로 그동안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규모였다. 이에 당시 미래에셋그룹은 이번 계약을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입지를 다졌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끝났어야 할 계약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현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발생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호텔업에 대한 기대가 꺾인 데다 현지 기관들의 리스크 관리에 자금 융통이 깐깐해졌다는 것이다. 당초 미래에셋그룹은 인수비용 7조원 중 셀다운(기관 재매각) 물량 5000억원을 포함한 2조6000억원 규모는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분담하고 나머지 4조4000억원 규모는 담보대출 등 현지조달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만일 현지 자금조달에 실패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 미래에셋그룹은 이미 계약금으로 7000억원을 납부한 상태다. 계약을 취소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계약을 완료하기 위해선 4조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한데 전반적인 부동산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된 상태에선 외부를 통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미래에셋대우가 인수한 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 건물인 마중가타워도 미매각된 상태다. 다만 미래에셋 측은 현지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고 올해 상반기 내 계약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 '믿고 투자했는데'···항공업 악화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안갯속

아시아나항공 인수 건도 박 회장에게 부메랑이 되고 있다. “박 회장의 안목으로부터 인사이트(통찰력)를 받고 싶어서 같이 하게 됐다”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기대와는 달리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점차 승자의 저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만 하더라도 분위기가 좋았다. 다른 경쟁사 대비 1조원이나 높은 2조5000억원을 써냈지만 결과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손에 넣게된 까닭이었다. 이들은 아시아나항공을 항공산업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희망찬 미래를 그렸다. 

그러나 순조로울 것 같았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엉키기 시작했다. 항공산업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진 것이다. 이미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손실은 3700억원, 당기순손실은 6700억원을 기록하면서 최악의 실적을 냈고 부채비율은 2018년 649.3%에서 지난해 1386.7%로 2배 넘게 급증했다. 코로나19로 항공 수요가 급감소한 올해 1분기와 2분기 실적은 이보다 더 비관적인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HDC현산이 이달 7일로 계획된 1조4700억원 규모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데서 나온 관측이었다. 만일 HDC현산이 인수를 포기하면 계약금의 10%인 2500억원을 손해 볼 수 있다. 다만 HDC현산은 인수를 완료한다는 입장이며 IB업계에서는 산업은행과의 협상 등을 통해 인수 조건 변경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 코로나19 끝나면 기회···박 회장 위기관리 능력 주목

박 회장 입장에서는 지난해 과감하게 진행했던 투자 탓에 위기를 맞은 셈이 됐다. 코로나19라는 돌발 악재에 박 회장의 전략이 악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미래에셋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유동성을 감안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실제 미래에셋대우만 놓고 보더라도 약 5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는 상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현 상황은 2007년 박 회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인사이트펀드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탓에 1년만에 큰 손실을 입었던 상황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만 넘긴다면 다시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박 회장이 이번에도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지가 미래에셋그룹에 중요해졌다”라고 밝혔다. 

송준영 기자
금융투자부
송준영 기자
song@sisajournal-e.com
시사저널e에서 증권 담당하는 송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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