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얼굴 노출되지 않고 피해자들 처벌 원치 않아”
‘성범죄 엄벌’ 여론 무색···검찰 “보완수사 지시할 것”
의약품 제조업체 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장남 이아무개(33)씨가 성관계 영상을 불법촬영하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텔레그램 성 착취 영상 대화방인 ‘n번방’ 사건으로 성범죄 엄벌 요구가 높아진 상황이라서 논란이 예상된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최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이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연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 자료의 내용과 트위터 게시물에 얼굴이 노출되지 않았고 피의자가 게시물을 자진 폐쇄했다”면서 “피해자들이 처벌을 불원하고 있고 피의자의 일정한 주거와 직업, 심문 절차에서의 진술 태도 등을 종합했을 때 구속해야 할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복수의 여성들과 각각 성관계를 맺으면서 동의 없이 영상을 촬영한 뒤 이를 트위터를 통해 유포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피해자들은 성관계에는 동의했으나 영상 촬영과 유포에는 동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를 체포한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달 31일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검도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청구했다.
이씨는 피해자들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성폭력처벌법 위반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의 불원 의사에도 형사소추를 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기각 사유를 살펴본 뒤 보완 수사를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장한 회장은 앞서 운전기사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한 혐의(강요 등)로 재판에 넘겨져,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