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공과 시중은행 대출 대상과 중복되며 기업은행 업무 가중

1일 기업은행은 1~6등급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5% 초저금리 대출을 개시했다./사진=임지희기자
1일 기업은행은 1~6등급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5% 초저금리 대출을 개시했다./사진=임지희기자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과 시중은행에서 기업은행이 코로나 대출 특화 은행이라 안내하며 고객들을 보내고 있다.”

신용등급 1~6등급 소상공인이 기업은행에서 1.5% 초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존에 4~6등급만 가능했던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신용등급 대상이 확대되자 시중은행과 소진공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일부 고객이 기업은행으로 몰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기자는 1일 서울 영등포구 일대 기업은행을 찾았다. 이날은 기업은행의 저금리 대출대상을 1~6등급 소상공인으로 확대 시행하는 첫날이다. 일부 지점에서는 기업은행 대출 대상자의 등급 확대로 직원과 고객 간 혼선이 이어졌다. 대출업무를 보러온 고객은 “타 은행에서 나이스 신용등급이 높아도 주거래 은행 자체등급이 좋지 않으면 대출이 어렵다며 기업은행 방문을 권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직원들은 대출 대상 확대 시행 이전부터 고객들의 대출문의가 폭증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직원은 “타 은행에서 대출이 불가해 기업은행으로 가보라고 했다며 찾은 고객이 많았다”며 “우리도 준비가 안 된 상태라 충분히 설명하고 돌려보냈지만 상담업무가 가중되며 직원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31일 정부 발표에 따라 신용등급 1~3등급 소상공인은 시중은행, 1~6등급은 기업은행, 4등급 이하일 경우 소진공에서 대출 가능하다. 문제는 1~6등급 소상공인들이 소진공과 시중은행 대상과 중복되며 중간에 낀 기업은행 업무가 가중되는 것이다.

다른 지점 직원은 “소진공에서도 4~6등급의 소상공인도 기업은행으로 가라고 안내한다. 타 은행에서 대출을 못 받은 고신용자와 소진공에 문의하는 중신용자들이 기업은행으로 쏠리는 것이다”며 “보증서 상담 기관을 늘리거나 다른 공공기관에 업무를 나누거나 그 외 간접피해자 지원은 모든 금융기관에서 똑같이 해야 한다. 업무가 하도 많아서 입술이 다 터질 지경이다”고 호소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은 4~6등급 소상공인에게 기업은행 방문을 권유한다./사진=임지희기자
소상공인진흥공단은 4~6등급 소상공인에게 기업은행 방문을 권유한다./사진=임지희기자

이날 오전 소상공인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는 대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고성이 가득했다. 고객은 “소진공에서 4~6등급의 경우 개인신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우니 기업은행 가서 안전하게 상담받으라고 안내했다”며 “온라인은 9시 마감되고 아침 6시 30분부터 줄 서서 기다려도 하루에 60명만 받으니 내일은 기업은행에 가봐야겠다”라고 말했다.

소진공 직원은 “고객들이 대출 대상 확인을 안하고 무작정 상담하러 오는데 실제로 신용등급이 안좋은 고객들도 많다”며 “우리는 나이스 신용등급만 참고하다 보니 정확한 신용등급 파악이 어렵다. 1~6등급의 경우 기업은행 방문을 권하며 우리 측 업무를 분산하는 것이다”고 언급했다.

한편 시중은행은 자체신용평가 등급이 낮은 경우 대출이 어렵다는 의견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나이스 신용등급은 은행에서 부여하는 등급과 다를 수 있어 해당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재확인해야 한다”며 “고신용 소상공인은 시중은행으로 가라고 나와 있지만 해당 은행과 거래가 없는 고객들은 자체신용등급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기업은행으로 안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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