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보 작년 당기순손실 기록···코로나19 등으로 적자 확대 우려
그룹 내 재무통·실세로 여겨진 강 사장 행보 주목
자사주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 표명

강성수 한화손해보험 신임 사장 프로필.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내며 위기의 한 해를 보낸 한화손해보험이 재무통 강성수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대로 가다가 적자 폭을 더 키우며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강 신임 사장의 필요성을 높였다. 이에 박윤식 사장의 4연임은 좌절됐고 강 사장은 흔들리는 한화손보를 구할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강 사장은 실적악화, 신용등급 강등, 당국의 경영관리대상 등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들을 안고서 올해를 시작했다. 

◇한화손보, 실적악화·신용등급 하향 등 위기 심각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지난 1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강성수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한화손보 임원추천위원회는 “강성수 대표이사는 재무전략 전문가로 해당 분야의 풍부한 경험과 안목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화증권과 한화손보에서 근무하면서 쌓은 금융업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고려할 때 최고경영자직을 수행할 충분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당기순손실 69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특단의 변화 없이는 적자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화손보의 당기순손실은 보험영업 부문에서 적자 폭이 커지고 최근 저금리 기조에 따라 자산 운용수익률이 하락한 데 원인이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4159억원 보험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2861억원)보다 손실 규모는 4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험발생손해액도 1조4744억원으로 19% 증가했다. 손액 증가율은 업계 평균(14%)보다 4%포인트 높았다. 

이뿐 아니라 투자손익도 감소하고 있다. 작년 11월 한화손보의 투자영업이익은 4275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경쟁사인 메리츠화재의 투자손익은 같은 기간 73% 증가하고 현대해상은 28%, KB손보와 DB손보는 각각 22% 증가했다. 업계 평균 증가율은 17%다. 이런 가운데 한화손보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다. 

한화손해보험 순이익 변화 추이. / 그래프=조현경 디자이너

신용평가사들도 한화손보의 경영 위기에 주목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달 들어 한화손보의 장기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수익성 저하와 실손의료보험,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상승한 것을 원인으로 들었다. 무디스도 한화손보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으로 분류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와 코로나19확산으로 올해도 한화손보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한화손보는 금융감독원의 경영관리 대상에 포함되며 위기를 맞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실시한 경영실태평가(RAAS·라스) 결과 한화손보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평균 140%대에 이르는 등 보험영업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한화손보의 지급여력비율(RBC)도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190.7%를 기록하며 업계 평균(260.0%)보다 낮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무 전문가·그룹 실세 강 사장···자사주 매입하며 책임경영 표명 

업계는 강 사장이 줄곧 재무 실력파 외에도 그룹 내 실세로 활동해 한화손보의 현 위기를 해결할 적임자로 꼽힌 것이라고 분석한다. 

강 대표은 한화증권, 한화건설, 한화 등을 거쳐 2016년 한화손보 재무담당 임원으로 한화손보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8년 한화 지주경영부문 재무담당 부사장직을 맡아 그룹 내 핵심 업무를 도맡았다. 올해 1월 한화손보로 다시 돌아와 사업총괄 부사장이 된 후 임추위를 통해 사장으로 선임됐다. 회사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판단하에 강 사장 선임이 빠르게 처리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강 사장은 한화그룹 2인자인 금춘수 부회장과 그룹에서 호흡을 맞췄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금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의 최측근으로 그룹 내 2인자로 불린다. 

2018년 당시 한화그룹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경영기획실을 해체했는데 이후 금 부회장이 이끄는 ‘지원부문’이 신설됐다. 이어 강성수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지원부문에 속해 금 회장의 2인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재무 전문가이자 그룹 내 상당한 입지를 가진 강 사장이 한화손보를 맡게 되면서 독자적이면서 책임성 있는 경영을 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 사장은 대표이사 취임 직후 한화손보 보통주 7만2000주를 장내 매수해 대내외에 책임경영 의지를 표명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손보가 실적 반등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라 그룹 내에서 실력파로 여겨진 강 사장이 오게 됐을 것”이라며 “저금리에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어려운 한 해를 보내게 된 만큼 강 신임 사장이 실력을 보여줄지 업계 관심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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