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 부회장 장기 체제 막 내리고 조용일·이성재 각자대표 선임
현대해상 작년 당기순익, 전년 比 30%↓
보험영업손실 커져 수익 회복 시급

조용일 이성재 각자대표 프로필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현대해상이 이철영 부회장의 7년 장기 체제를 끝내고 이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조용일 사장과 이성재 부사장의 각자대표를 선임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대표이사 교체 는 암울한 보험업계 상황과 현대해상 실적 악화가 주 원인이 됐다. 각자 대표로 선임된 조 사장과 이 부사장의 경영 호흡이 숙제란 평가가 나온다. 

◇현대해상, 보험영업손실·자산운용률 감소 등 영업 위기 확대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조 사장과 이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장수 보험 CEO로 유명한 이철영 부회장이 이끌던 현대해상은 급변하는 보험업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매년 수익 감소를 겪었다. 대표이사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것도 수익 감소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해상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50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0.2% 감소했다. 이마저도 투자영업에서 그나마 수익을 내 순이익 감소폭을 줄인 수치다. 현대해상 당기순이익은 2017년 말 4644억원, 2018년 말 3735억원, 2019년 말 2504억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감소세를 보면 올해는 순이익 2000억원대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해상 보험영업손실 규모는 크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지난해 보험영업손실 9021억원을 기록했다. 손실액이 1조원 가까이 커진 상태다. 전년 같은 기간(-4590억원)과 비교해 손실 규모는 약 두 배 증가했다. 손실 규모는 국내 10개 손보사 가운데 가장 심각했다. 보험 발생손해액은 5조45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해 업계 평균 증가율(14%)을 상회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현대해상의 손해율은 86.2%다. 1년 전보다 1.9%포인트 증가했다. 경쟁사인 메리츠화재(79.9%), 삼성화재(83.3%) 한화손보(84.2%)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현대해상의 자산운용률도 경쟁사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자산운용률은 83.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은 93.02%, 한화손보는 87.21%, 삼성화재는 83.86%를 나타냈다. 

현대해상 당기순이익 추이 / 도표=시사저널e

그나마 투자 관련 수익이 증가하면서 순익 감소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 현대해상의 지난해 11월 말 기준 투자영업이익은 1조2851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4% 증가했다. 국내 10개 손보사 평균 증가율(16.4%)보다 높은 증가율이다. 투자영업이익 규모도 동종업계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현대해상의 수익 구조는 보험판매 등 본업은 큰 폭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투자 부문에서 수익을 내며 그나마 감소폭을 줄이는 형태다. 이런 상황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가 악화되면서 보험영업 환경이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철영 부회장 바통 이은 두 대표, ‘세대교체’로 변화 일으킬까

조 사장과 이 부사장의 두 신임대표는 어려운 상황에서 현대해상 대표로 취임했다. 전임 이철영 부회장은 현대해상의 전성기를 만들며 대표적인 보험업계 장수 CEO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7월 이철영 부회장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를 이끌던 박찬종 대표가 사임한 이후 이 대표의 단독대표 체제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업계 예측과 달리 올해 이 부회장까지 자리를 물려주면서 현대해상의 세대교체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조 사장과 이 부사장은 손해보험 업계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다. 조 사장은 1988년 현대해상과 인연을 맺고 이후 기업보험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부터 총괄(사장) 업무수행을 통해 손해보험업계의 전문성을 키워왔다. 이 부사장은 1986년 현대해상에 입사해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올랐다. 소비자보호담당책임자(CCO), 경영기획본부 등을 거쳐 2019년 12월부터 부문 총괄 업무수행을 통해 CEO 훈련을 마쳤다는 평가다. 

앞으로 조 사장은 회사 전체 조직을 총괄하고 이 부사장은 인사총무지원부문, 기업보험부문, 디지털전략본부, CCO 등을 맡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해상이 이철영 대표 체제를 바꾸면서 쇄신 분위기를 통한 위기 극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등으로 업계가 어려운 상황이나 두 신임 대표가 보험 전문성을 갖춘 만큼 올해 수익성 회복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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