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만으로 경영 어려움 해결 못해"···지역사회 감염 지적에 발열 체크·자율 등원·인강 대체 등 방역 자구책도

201특공여단 부대원들이 18일 오후 대구 수성구의 한 학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특공여단 부대원들이 18일 오후 대구 수성구의 한 학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학교의 개학을 4월6일로 추가 연기한 가운데 중소 사설 학원들이 대부분 다시 문을 열고 있다. 학원가를 통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나오지만 영세학원들은 생계 등을 이유로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입장을 토로한다.

지난달 23일 처음 학원에 대한 휴원 권고가 내려졌을 당시 학원과 교습소 휴원율은 40~60%까지 올랐다.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휴원율은 18일 시도별로 10~30%까지 떨어진 상태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 17일 브리핑을 통해 ‘사회적 거리 두기’에 학원도 협조·동참해줄 것을 부탁하면서 “만약 학원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경제적 지원책도 내놓았다. 휴원하는 영세학원에 대한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신청 요건 완화와 초저금리 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또 3월 중 특례보증 대출상품도 출시해 장기 휴원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영세학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학원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교육부가 휴원을 권고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고충이 크다고 토로한다. 교육부 지원도 인건비·임대료 등 고정비용 지출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해 휴원을 지속할 만큼의 경영상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교육부가 처음 휴원 권고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연합회가 나서 휴원 권고를 했는데 지금 벌써 한 달이 돼 간다”면서 “강사비는 물론, 통학 차량 운전기사 등 직원들에게 마냥 무급휴가를 주기도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 휴원을 지속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중소 영세학원은 한 달이라도 원비가 들어오지 않으면 곧바로 재정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학원이 휴원할 경우 학생들은 개인 과외를 하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 등 학습 방식을 곧바로 바꾸는 경우가 많아 재등록률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하소연했다.

청주에 있는 단과학원 원장 박아무개씨는 “3월 개학 시즌에 등록하는 학생이 많아 2월부터 설명회도 진행하고 현수막 설치 등 홍보를 진행했다”라면서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휴원을 하다 보니 학생 수가 급감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1월 매출이 올랐음에도 2월, 3월에는 소상공인 대출을 받아야 할 정도로 매출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서울 관악구에서 종합학원을 운영하는 곽아무개씨도 “지난달 강사 인건비와 건물 임대료까지 지급하고 나니 원장 입장에서 이번달에 가져간 돈이 한 푼도 없다”면서 “당장 이번달에 직원들한테 줘야 할 임금도 있으니 휴원을 더는 지속하기 어려운 상태다”라고 호소했다.

학원에서 일하는 강사들의 시름도 깊다. 천안의 한 수학학원 강사 유아무개씨는 “재직 중인 학원이 2주간 휴원을 해서 한 달가량 수입이 거의 없었다”면서 “맡은 학생 수에 따라 인센티브로 봉급을 받는데 쉬는 기간에는 무급으로 지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학원 재개원을 두고 지역사회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동네 학원일수록 소규모 수업을 하는 탓에 교실이 좁고 방역책이 미비해 감염 위험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학원들은 자체적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발열 체크, 수업 구성원 전원 마스크 착용 및 ‘자리 거리 두기’ 등 방역 대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학생들의 자율 등원을 권고하고, 등원하지 않는 학생들에 대해 온라인 동영상으로 수업을 부분 대체한 곳도 있었다.

청주 단과학원 강사 김아무개씨는 “오프라인 강의를 주로 하던 학원이지만 원장 지시로 일부 강의를 인터넷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학부모 요구도 있고 더는 수업을 미룰 수 없어 익숙지 않지만 학원비를 30% 정도 덜 받고서라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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