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전자투표제 영향에 ‘한산’
참석 주주, 지난해 1000여명에서 400명 규모로
삼성전자, 주총 열 감지기·손 소독제·지정좌석제 등 대비

/사진=삼성전자
3월 18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 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단상 앞에 거대한 투명 아크릴막이 설치됐다. /사진=삼성전자

“어떠한 환경변화에서도 인공지능(AI) 전용 반도체, 폴더블 폰 등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더불어 시스템 반도체와 QD 디스플레이와 같은 미래 성장 기반 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해 사업기회를 선점하겠습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18일 수원 삼성전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혁신을 통한 위기돌파’를 강조했다. 또 준법 경영 정신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이사회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최초로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해 기업지배구조를 한층 더 개선했으며, 준법·윤리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해 외부 독립 조직으로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글로벌 수준의 엄격한 준법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 수원으로 옮겨간 주총장에 참석자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일부 주주는 최근 삼성전자 내 노동조합 설립과 관련한 대답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회사는 적법한 노동행위는 보장한다”라면서도 “다만 회사는 좀 더 전향적으로 건전한 노사문제가 형성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이날 삼성전자 정기 주총은 오전 9시부터 약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을 의결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과 최윤석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이 이날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주총에는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 고동진 대표이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현장은 예년과 달리 한산했다. 지난해 1000여명 주주들이 몰렸던 주총장은 코로나19 확산과 전자투표 도입 영향으로 400명 남짓만 참석했다. 통상 3시간이 걸렸던 주총 시간도 2시간 수준으로 줄었다. 

참석자 감소는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함께 주총장소가 변경된 탓도 있다. 올해 삼성전자 주총은 강남 서초사옥에서 수원 본사로 장소를 옮겼다. 액면 분할 이후 소액주주가 대폭 늘면서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서였지만 지난해 길게 늘어섰던 주총장 입장 줄은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대비해 행사장 밖 선별진료소와 의료진까지 배치하는 등 긴장감이 흘렀다. 바로 옆 건물인 갤러리아 광교점은 지난 13일 확진자가 지나간 동선이기도 하다.

행사장 모든 입구엔 체온계, 발열 감지기와 손 소독제가 비치됐다. 진행 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열화상 카메라를 지나, 손 소독을 하고 체온계로 열을 재야 행사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주총에 앞서 지난 5일부터 2주간 매일 현장 방역을 실시했다.

모든 주주들에겐 손 소독제와 마스크가 지급됐다. 행사장은 좌석 간 멀찍이 떨어진 지정좌석제로 자리가 꾸려졌다. 임원이 발언하는 단상은 좌석가 2m 거리를 둔 가운데 투명 아크릴막을 설치해 혹시 모를 감염을 막았다.

/사진=윤시지 기자
18일 개최된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 행사장 입구. /사진=윤시지 기자

행사장은 절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주총이 시작되기 30분 전까지도 참석 주주들의 발길은 뜸했다. 입장을 기다리는 주주들보다 서 있는 진행요원 숫자가 더 많았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총엔 1000여명의 소액주주들이 몰렸다.

주총장 밖에서 열리는 해고노동자 시위도 예년 보다 규모가 작았다. 삼성전자가 올해 첫 도입한 전자투표제도 저조한 주주 참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부터 주주들에게 직접 현장 참석 대신 전자투표 활용할 것을 적극 당부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과 전자투표 도입, 수원컨벤션센터로 장소가 옮겨진 영향으로 참석자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총을 통해 일부 주주들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업 타격에 대한 우려를 비치기도 했다.

◇ 삼성SDS도 마스크 쓰고 주총

이날 오전 서울에서 주총을 진행한 삼성SDS, 삼성전기 등 계열사도 코로나19 감염 대응에 나섰다. 이날 잠실 캠퍼스에서 열린 삼성SDS 제 35회 정기 주총은 주요 임원 및 주주는 모두 마스크를 쓰고 참석했다. 

18일 오전 8시 40분경 주총장 입구. 주총 개최를 20분 앞두고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윤시지 기자
18일 오전 8시 40분경 텅빈 삼성전자 수원 주총장 입구. / 사진=윤시지 기자

삼성전기는 주총장 곳곳에 발열 감지기를 설치하고 손 소독제를 비치했다. 좌석 간 간격도 넓게 배치했다. 주주들의 체온 측정 및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는 등 각종 예방조치를 실시했다.

삼성전기는 이날 정기 주총을 통해 사외이사는 김준경·여윤경이사를 신임 이사로, 기존 유지범 이사는 재선임을 가결했다. 기존 권태균, 최현자 이사는 임기만료로 사외이사에서 물러났다. 사내이사는 경계현 사장과 강봉용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