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마스크·MB필터 수입 때 한시 무관세
나노 마스크 상용하면 한 달 마스크 구매비용 5000원이면 충분

김일두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세탁한 뒤에서 성능을 유지한 채 재사용 가능한 나노 마스크를 개발했다. 나노섬유 필터 멤브레인(MB)을 세척하는 모습 / 사진=카이스트
김일두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세탁한 뒤에서 성능을 유지한 채 재사용 가능한 나노 마스크를 개발했다. 나노섬유 필터 멤브레인(MB)을 세척하는 모습 / 사진=카이스트

#A씨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필요한 보건용 마스크를 지난 13일 처음 구매했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지인이 공유해 준 링크 덕분이었다. A씨는 “50매에 20만원 하는 제품도 매진이었는데 20매를 4만원의 가격으로 구매했다”며 기뻐했다.

#마스크 대란을 겪으며 대용량으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게 되자 B씨는 마스크 필터를 대량으로 구매했다. B씨는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마스크는 포기가 안 될 것 같다”며 “이번에 호되게 당한 만큼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보건용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매할 작정이다. 미세먼지에도 쓸 수 있으니 일단 쟁여두고 보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미리 구비하지 못했던 이들은 여전히 마스크 수급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특히 이전에는 저렴했던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마스크에 대한 애증마저 생겼다. 현재 공적 마스크는 15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그 외 대다수 고성능 보건용 마스크 가격은 3000~5000원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수입 마스크 및 MB필터에 무관세를 적용한 데다 재사용이 가능한 마스크까지 개발되면서 마스크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1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마스크 및 멜트 블로운 부직포(MB) 필터에 대한 관세율을 오는 6월30일까지 0%로 인하하는 ‘할당관세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된 규정은 오는 18일부터 즉각 시행된다.

이에 따라 18일부터 수술용·보건용 마스크와 MB필터를 수입할 때는 물량에 상관없이 무관세로 들여올 수 있다. 수술용·보건용 마스크에 대한 기존 관세율은 10%, MB필터는 8%였다.

이번 개정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 발표 이후 관계 부처 요청과 현장간담회 건의사항을 반영해 마스크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나온 추가 조치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마스크 수급 여건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 8일, 개인이 우편이나 특송(직접 구매)으로 외국산 마스크를 국내로 반입할 때 오는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무서류·무관세 통관’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마스크 등 특송물품 수입통관 업무 처리 지침’을 세관과 관련 업체에 하달했다.

우편·특송 형태로 수입되는 150달러(미국에서 들어오는 경우 200달러) 이하의 마스크·손소독제·체온계는 ‘목록통관’ 품목으로 신규 지정됐는데 목록통관 품목은 관세와 부가세가 면제되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의 이런 무관세 조치와 함께 새로운 소재의 마스크도 개발됐다. 김일두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세탁한 후에도 성능을 유지한 채 재사용할 수 있는 나노 마스크를 개발했다. 기존 보건용 마스크에는 MB필터가 들어가는데 이 필터는 정전기를 이용한 방식이기 때문에 습기에 취약했다. 수분에 닿으면 정전기가 사라져 재사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 마스크는 직경 100~500nm의 크기의 나노 섬유를 통해 세탁 후에도 기능이 손상되지 않는 나노 섬유 필터 멤브레인(MB)을 채용했다. 김 교수는 “야구장에 있는 그물을 생각하면 된다. 촘촘한 그물을 통해 물리적으로 걸러내는 방식인데 물에 닿거나 에탄올로 세척해도 재사용할 수 있다”며 “화장을 하지 않고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손 소독하듯이 필터를 에탄올로 소독하면 두 달 이상 써도 필터 기능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개발 사실이 알려지자 김 교수는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해당 마스크는 카이스트 교원 창업회사인 김일두연구소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하루 평균 1500장을 제조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생산량을 늘리려면 정부나 다른 기업 등과 연계해서 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며 “식약처 승인만 나면 바로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필터 가격을 2000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면 마스크에 해당 필터를 재사용하면 마스크 구매 비용을 한 달에 5000원 수준까지 대폭 낮출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 등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마스크에 처음으로 사용되는 소재이기 때문에 식약처에 별도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식약처 관계자는 “안전이 검증된 상태에서 빠르게 승인을 내겠다”며 “최초의 제품이기 때문에 업체에서 안전 실험에 대한 데이터를 꼼꼼히 제출하면 검토 과정을 거쳐 승인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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