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보유 목적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적극적 주주권 행사 예고
반대 의견 표명 시 여론 악화 등 부담···“민간회사 자율성 침해” 지적도

국민연금/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여부가 우리금융 주주총회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은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변경하면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인 손태승 회장 연임과 관련해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은 현재 금융감독원과의 마찰까지 감수한 채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표명할 경우 여론 악화 등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5일 우리금융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우리금융의 지분 8.82%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일반 투자는 올해 초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신설된 주식 보유 목적으로 단순 투자에 비해 적극적인 주주활동이 보장된다. 일반 투자를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배당과 관련된 주주활동이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 대외적 의사 표시 등을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27일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의결하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지난달 초에는 56개사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로 일괄 변경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지주사들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도 일반 투자로 변경됐다.

우리금융이 주목되는 이유는 국민연금이 최초 56개사 이후 처음으로 주식 보유 목적을 변경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는 특정 안건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표명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아직까지 국민연금은 목적 변경의 정확한 이유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손태승 회장 연임 안건에 의견을 표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이 목적 변경을 결정한 시점 역시 손태승 회장이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관련 중징계(문책경고)를 통보받은 시기와 일치한다. 현재 손 회장은 금감원의 징계에 불복하고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상태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우리금융그룹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특정 경우에 한해 이사 후보를 반대할 수 있다. ▲법령상 이사로서의 결격 사유가 있는 자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한 의무 수행이 어려운 자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의 침해의 이력이 있는 자 ▲당해회사 또는 계열회사 재직 시 명백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자 등이 그것이다. 만약 국민연금이 DLF 사태를 기업가치 또는 주주 권익과 연관지어 판단할 경우 손 회장의 연임에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우리금융의 지분은 과점주주들이 30%가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손 회장의 연임이 무산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로 구성되는 우리금융 이사회는 이미 수 차례 손 회장의 연임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 위기 상황에서는 현 체재를 유지해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이 선호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연금의 대외적인 반대 의사 표명은 대외적 이미지나 여론 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이미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손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의 과도한 경영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막대한 공적 자본을 바탕으로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민간회사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비단 우리금융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4대 금융지주는 물론 지방금융지주에서도 국민연금이 모두 높은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국민연금이 어떠한 의사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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