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지난해 이미 한 차례 ‘주가 부진’ 지적···‘조용병 연임’ 앞둔 신한금융도 부담
금융지주 관계자들 “마땅한 대책 사실상 없어”

자료=한국거래소/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자료=한국거래소/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주가 부양에 대한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주들로부터 지난 1년간의 경영을 평가받는 정기주주총회가 다가오고 있지만 각종 악재로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각 금융지주들은 주주들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 마땅한 대책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모두 극심한 주가 부진을 겪고 있다. 9일 종가 기준 신한금융지주의 주가는 3만50원으로 전 거래일(6일) 대비 5.8% 하락했으며 KB금융지주(3만5150원)와 하나금융지주(2만7900원), 우리금융지주(8600원)도 각각 6.14%, 6.53%, 6.52%씩 낮아졌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미·중 무역협상 재개와 미국의 금리 인하 중단 등의 영향으로 이들 회사의 주가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12월 4만5800원까지 주가가 올라갔었고 KB금융도 5만원을 돌파한 바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같은 달 각각 3만8700원, 1만2250원으로 높은 주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에 대한 제재와 코로나19, 미국 금리 인하 등의 악재로 인해 최근 극심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주가 하락의 시기가 정기주총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오는 20일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며,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25일과 26일에 주총을 연다. 대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하더라도 지난해보다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졌기 때문에 주주들의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지난해 3월8일 종가 기준 신한금융의 주가는 4만2000원으로 1년 동안 총 28.45%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 역시 1년 동안 주가가 16.61% 하락했으며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주가도 각각 24.18%, 38.57% 낮아졌다.

특히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주총에서 이미 낮은 주가를 이유로 주주들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어 지금의 주가 하락이 더욱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1년 사이 주가가 폭락하다시피 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주총에서 조용병 회장의 연임이 최종 확정되는 신한금융 역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조용병 체제 2기가 공식적으로 출범하는 자리가 주주들의 성토 자리로 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손태승 회장도 동일한 경우지만 예금보험공사와 과점 주주들 위주로 주주가 구성돼 있기 때문에 비교적 부담이 덜한 상황이다. 대신 우리금융의 경우 주가가 완전 민영화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주가를 반드시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이들 회사가 주가 부양을 위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주가 부양 방안인 자사주 매입은 이미 모든 회사가 시행해 큰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배당금도 전년보다 확대했으나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신한금융은 보통주 1주당 기말배당금을 185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250원 증가한 금액이다. KB금융 역시 290원 증가한 2210원으로 결정했으며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200원, 50원 증가한 2100원, 7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신한금융의 자사주 소각 계획과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사안 역시 지금 당장에 효과를 보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하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다 같이 주가가 하락하는 중이라서 특별한 방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책을 고민한 후 주주총회장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면 적절하게 답변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 측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올 상반기 중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추세”라며 “결국 한국은행이 금리를 조정하는 등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사실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필 시기가 주주총회 시즌이라서 비판 여론이 일 수는 있지만 은행 경영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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