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섭 과장, 11일 중국 출국 예정···후임에 여성 과장 2명 거론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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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가 신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오진희 전 주광저우 총영사관 식약관과 정은영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이 하마평에 오른 상태다.

7일 복지부에 따르면 현 보험약제과장인 곽명섭 서기관은 오는 11일 중국 광저우로 출국할 예정이다. 그는 광저우에 입국하는 대로 현지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쳐 본격적으로 주광저우 총영사관에서 식약관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당초 곽 과장은 지난 달 중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광저우 총영사관 식약관을 선발하는 과정이 당초 예정보다 지연돼 그의 출국도 늦어진 것이다.

복지부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당초 주광저우 총영사관 식약관에 내정됐던 곽 과장은 선발 과정에서 ‘들러리’로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을 내세웠다. 들러리란 형식적으로 내정자와 함께 공개모집에 지원해 절차를 밟는 사람을 지칭한다. 내정자 한명만 지원하면 재공고 등 절차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고려대 의대 출신인 이 과장은 이미 지난 2015년 4월부터 2018년 7월까지 WHO(세계보건기구)에 파견 근무를 마치고 복지부에 복귀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는 돌발변수가 발생하자 최근 해외 파견근무를 했던 이 과장이 복지부 인사과와 곽 과장 의도와는 달리 주광저우 총영사관 식약관에 합격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의사 출신 이 과장이 변호사 출신 곽 과장보다 식약관에 더 적합하다는 논리로 알려졌다.      

이 과정을 잘 아는 제약업계 관계자는 “곽 과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장 승진 TO는 잘 만들어내는 복지부 인사과가 그같은 실수를 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들러리는 내정자보다 약한 사람을 내세워야 하는데 강한 사람을 내세운 것이 패착”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중국에 파견 갈 의도가 전혀 없는 이 과장이 중국행 포기 각서를 제출하는 해프닝 끝에 식약관 재공모가 진행돼 곽 과장이 최종 선발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현지에 거주하는 교민 관련 업무가 폭증하는 광저우 총영사관 입장에서는 복지부 인사과와 곽 과장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식약관이 한 달 가량 공석을 빚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했다. 

국내 상황이 이렇게 진행됨에 따라 당초 지난달 9일 귀국 예정이었던 오진희 전 식약관은 늦추다가 결국 같은 달 29일 귀국했다. 이어 현재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오 전 식약관은 자가격리가 종료된 후 오는 16일 경 복지부 본부로 출근할 예정으로 파악된다.

이에 제약업계는 곽 과장 후임자에게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보험약제과가 약제급여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제약업계와는 끈끈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등재의약품 사후평가를 포함한 약가제도 보완방안과 중증·희귀질환 의약품 급여화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라는 두 개 현안의 방향을 결정하는 보험약제과장의 제약업계 영향력은 과거보다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보험약제과장에는 본인 의사와 관계 없이 오진희 서기관과 정은영 과장이 거론되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우선 오 서기관은 행정고시 41회로 관가와 인연을 맺은 후 복지부 지역복지과장과 암정책과장, 국민연금재정과장,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실 행정관, 생명윤리정책과장, 약무정책과장, 국제협력담당관 등을 역임했다. 그는 복지부 3대 과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국민연금재정과장을 거치며 능력을 인정 받았다. 이 경력을 토대로 청와대에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1968년생인 오 서기관은 동아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듀크대에서 국제발전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보건학으로 박사 학위를 수여한 바 있다. 쌍둥이 언니가 통일부에서 근무하는 오 서기관은 남편도 경기도청에서 일하고 있어 공무원 가족으로 불리운다.  

정 과장은 서울대 약대(84학번)를 졸업한 약무직 출신 공무원이다. 여수여고를 졸업한 그는 명문학교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정 과장은 과거 “안철수 씨 부인인 김미경 씨가 여수 출신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수여고 출신은 아니다”라며 여수의 명문고 출신인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김미경 씨는 서울대 의대 81학번이다. 

그는 웬만한 남자보다 더 시원시원하고 남자다운 성격으로 업무에 대한 열정도는 복지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다. 저녁 늦게까지 세종시 복지부 청사에 남아 직원들을 다독이고 업무를 지시하는 바람에 통근버스를 놓쳐 사비로 택시와 KTX를 통해 서울에 귀가한 적도 너무 많아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다양하고 활발한 대외활동과 두터운 인맥 등으로 인해 제약업계는 그가 전날 저녁 누구와 만나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파악이 가능할 정도다. 

정 과장은 지난 1992년 중앙약사심의원회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후 1996년 식품의약품안전본부가 발족한 후 약사 공채에 합격하는 등 공직 생활 28년째를 기록하고 있다.  

신임 보험약제과장에 오 서기관이 하마평에 오른 것은 관행적으로 곽 과장과 보직을 맞바꾸는 구도로 풀이된다. 오 서기관과 곽 과장이 주광저우 총영사관 식약관과 보험약제과장을 주고 받는 발령이 부담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오 서기관은 보험약제과장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서기관은 복지부의 행시 41회에서 선두권이었다. 최근 3년 반 동안 주광저우 총영사관에서 파견 근무하느라 승진이 늦어졌다. 행시 41회에서 그만 유일하게 서기관이다. 나머지는 모두 부이사관(3급)을 달았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다른 중앙정부부처도 일부 그러하지만 해외나 국내 파견에서 돌아오면 놀고 온 것으로 간주한다”며 “파견에서 복귀하면 승진은 물론 보직에서 일부 손해를 보는 것이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오 서기관이 하마평에 오른 또 하나의 이유는 약무정책과장 경력 때문이다. 약무정책과장은 의약품과 의료기기 유통 등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보직이다. 약제를 다루는 보험약제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정 과장의 경우 사실상 보험약제과장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이번 인사로 판단된다. 그는 지난 2018년 12월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바 있다. 다음 정기 인사에서는 비고시 배려 몫으로 유력한 국장 승진 후보가 될 수 있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 서기관과 정 과장은 본인 의도에 관계 없이 현재 하마평에 올라 있다”며 “누가 되든 보험약제과에 현안이 적지 않아 당분간 업무 파악에 전력을 기울여야 제약사들과 만나 토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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