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로 사용하던 빅토리안 양식의 건물이 디자인 감각 뛰어난 부동산 개발 전문가에 의해 전통과 모던이 공존하는 럭셔리 레지던스로 변신했다.

 

고전과 모던, 품격 있는 만남

이탈리아 출신으로 런던에서 부동산 개발사 반다(Banda)를 설립한 젊은 사업가 에도아르도 마펠리 모치(Edoardo Mapelli Mozzi). 재생 건축에 관심이 많은 그는 최근 호텔로 사용하던 빅토리아시대 건물을 모던 럭셔리 하우스로 되살렸다. 천장의 몰딩을 제외한 나머지 전통 요소를 모두 제거하고 반듯하게 구획한 실내는 최신 라이프에꼭 맞는 동선을, 모던 클래식 가구와 예술품의 조화는 품격 있는 감성을 선사한다.

거실 창가에 놓인 장미목 케인워크 의자는 20세기 브라질 최고 가구 디자이너 조아킹 텐레이로 (Joaquim Tenreiro)의 빈티지, 천장 조명은 이탈 리아 조명 스튜디오 아파라투스(Apparatus)의 하이와이어 탠덤(Highwire Tandem), 흑백사진은 영국의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아만다 할렉을 찍은 ‘Lady Amanda Harlech’으로 패션 포토그 래퍼 닉 나이트(Nick Knight)의 작품이다.

 

빛이 제대로 들어오는 집

“건물이나 집을 고를 땐 빛이 ‘바르게’ 들어오는지 꼭 확인합니다.” 에도아르도 마펠리 모치가 이곳을 택한 건 풍부한 채광 때문. 렌스터 스퀘어(Leinster Square) 공원과 대면한 입지는 빼어난 전망과 더불어 풍부한 빛까지 선사한다. 모던함과 단순미를 연출하기 위해 선택한 라이트 그레이와 화이트 벽면은 자연광을 통해 실내를 한층 부드럽게 감싸고, 천장 몰딩은 풍부한 빛과 만나 입체감이 도드라지며 공간에 고전미를 전파한다.

1,2 천장 조명 클라우드19(Cloud19)은 아파라투스, 화이트 양털 의자 리틀 페트라(Little Petra) 는 앤트레디션, 사진들은 포토그래퍼 카린 올라프(Katrin Olafs)의 작품이고 붉은 천연 대리석 콘솔은 반다 디자인에서 제작했다. 3 침실과 다이닝 룸 사이 복도. 벽면 조명 셀플로스(Selfloss)는 에어린(Aerin) 제품이다. 4 암체어는 세르지오 로드리게스(Sergio Rodrigues)의 1950년대 빈티지, 그림은 화가 크리스틴 지오르지(Kristin Giorgi)의 작품.

 

장인의 손길로 완성한 맞춤형 공간

이 집은 몸에 딱 맞는 테일러메이드 슈트를 입은 신사를 보는 듯한 품격이 느껴진다.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마펠리 모치는 안락함과 편리함이 보장돼야 하는 공간에 맞춤형 가구와 마감재를 적용했다. 침실 벽면에는 침대 헤드보드 역할을 하는 쿠션 패널을 설치해 안정감을 피부로 느끼게 했다. 욕실의 세면대와 욕조는 전문 기술자들과 함께 직접 이탈리아 채석장으로 날아가서 가져온 최상급 대리석으로 만든 것. “내가 사용하는 가구나 설비가 어디서 온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알아야 진정한 맞춤형 공간이 됩니다.”

 

1 세컨드 침실. 블랙 대리석 선반 아래쪽에 설치한 붙박이 침대 헤드보드는 직접 제작한 것으로 스웨이드로 마감 했다. 천장 조명 모빌12(Mobile12)와 테이블 램프 카피캣(Copycat)은 모두 플로스 제품. 2 이탈리아 채석장에서 직접 선별한 대리석으로 장인이 제작한 세면대와 욕조, 타일로 완성한 욕실.

 

예술적인 감성이 흐르는 집

마펠리 모치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통해 죽은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고 자산 가치를 높여 상품화하는 부동산 개발 전문가다. 이런 그가 집을 꾸밀 때 필수 요소로 여기는 건 아트워크. 처음 본 공간인데도 친근함을 느끼 도록 해주는 건 ‘어디서 봤거나 본 듯한’ 예술품이기 때문. 그의 집 곳곳에 놓인 작품은 대중적인 패션 포토그래퍼가 찍은 유명인의 모습부터 이름 있는 작가가 그린 낯익은 추상화까지 공간의 색감과 스타일에 맞게 짝을 이루고 있다.

1 벽면의 세라믹 작품에 맞춰 침구에 포인트 컬러를 준 침실. 2 검은색 그림은 화가 요르게 스티버 (Jorge Stver)의 작품이다. 장미목 케인워크 벤치는 조아킹 텐레이로의 빈티지, 조명 테셀(Tessel)은 1 2 아파라투스 제품.

 

삶의 여유가 머무는 곳

“사용자의 감성까지 고려한 수공예 디자인은 차별화된 럭셔리 스타일을 완성해줍니다.” 다이닝 룸에는 황동의 은은한 반짝임과 묵직함이 느껴 지는 테이블을 들이고 의자는 예술성과 자연미를 동시에 지닌 빈티지 컬렉션으로 매치했다. 오크 바닥과 황동 테이블, 나무와 라탄을 엮어 만든 수공예 의자가 어우러진 다이닝 공간은 창밖 공원에 서 있는 나무들이 푸른 잎으로 우거지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리와 상판 모두 황동으로 만든 다이닝 테이블은 루퍼트 베반(Rupert Bevan) 제작, 의자는 피에르 잔느레, 천장 조명 트래피즈(Trapeze)는 아파라투스 제품.

 

기본기가 뛰어난 공간

마펠리 모치는 럭셔리 인테리어의 완성도는 아주 작은 데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주방을 둘러볼 때 서랍장의 문을 열거나 아일랜드 상판을 만져보는 걸 떠올려보세요.” 이 집의 주방 가구들은 디자인은 단순해 보이지만 상상 이상의 비용을 투자해 만든 것들이다. 살짝 누르기만 해도 부드럽게 열리는 도어, 이음매가 감지되지 않을 만큼 매끈한 대리석 아일 랜드 등은 하이엔드 주방 가구를 제작하는 전문가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주방 가구는 오부멕스(Obumex) 디자인에서 맞춤 제작했고, 바닥은 베르사유 쪽모이 세공 오크 마루, 벽면에 걸린 ‘스피드보트 랜딩 (Speedboat Landing)’은 포토그래퍼 슬림 아론스의 사진 작품이다.

 

리빙센스 2020년 02월호

https://www.smlounge.co.kr/living

기획 정미경 기자 진행 이정민(프리랜서)

사진 Taran Wilkhu(Photofoyer) 인테리어 Banda(bandaproperty.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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