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대책 마련하고 전자투표제 도입하는 등 ‘주총대란’
사업보고서 제출 늦어지면서 제재 면제 신청하는 기업도 속속 나타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달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셔터스톡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달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셔터스톡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달 주주총회 시즌에도 비상이 걸렸다. 주요 기업들은 코로나 예방을 강화하는 한편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업보고서 제출에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지연 제출에 대한 제재 면제 신청서를 내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4일 거래소에 따르면 18일부터 30일까지 유가증권시장 기업 479곳이 주주총회를 진행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방역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25일과 26일 주주총회를 앞둔 SK지주와 SK이노베이션은 총회 장소인 SK빌딩 수펙스홀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주주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발열이 의심되는 경우 출입을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또 주주총회 참석자는 반드시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도 20일 총회가 열리는 LG 디스플레이 파주 러닝센터 입구에서 열화상 카메라나 디지털 온도계로 참석자 체온을 측정한다. 측정 결과에 따라 발열이 의심되는 경우 출입을 제한한다. 매해 주주 편의를 위해 제공하던 전시장 투어와 본사‧주총장소 간 셔틀버스 운행 서비스는 이번에 중단한다. 또 주주총회 개최 전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불가피한 장소변경이 있는 경우, 즉시 재공시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의결정족수 미달 우려가 커지자 전자투표제도 이번 주주총회 시즌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할 위험이 있는 회사는 238개사로 추정된다. 

2017년 섀도보팅(Shadow Voting·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이 폐지된 이래 의결정족수가 부족해 안건이 부결되는 경우가 2018년 76곳, 2019년 188곳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주주총회 참여율이 더욱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자 기업들은 감사 선임과 정관변경 등 안건 가결을 위해서 전자투표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18일 주총을 진행하는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9개 상장 계열사에 올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 계열사 가운데 현대글로비스,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차증권 3곳은 지난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바 있다. 

한편 대구‧경북 지역은 특히 주주총회 준비에 애를 먹고 있다.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인 만큼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 준비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고 건물이 연달아 폐쇄 조처되면서 주총 장소 대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달 주총 진행을 앞두고 있는 대구의 한 코스닥 상장 기업은 올해 처음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제도를 도입했다. 주주들의 동선을 줄이면서도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전자투표를 이용하는 주주들에게 프랜차이즈 커피 모바일 기프티콘을 내걸었다. 주총이 열리는 본사에는 감염 예방에 만전을 기울일 방침이다. 경북 울산에 위치한 코스피 상장 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일정 연기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주총 준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자 정부는 한시적으로 행정제재를 면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과 대구‧청도 지역에 사업장을 두고 있거나 코로나19에 관련한 조치로 지난해 재무제표 작성 또는 외부감사가 지연된 기업, 사무실이 폐쇄되는 등 지난해 회계연도 외부감사를 기한 내 완료하기 어려운 감사인은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지연 제출하더라도 과징금 부과 등 행정제재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에 각 기업들은 속속 지연 제출에 대한 제재 면제 신청서를 내고 있다. 화신테크기업은 임직원 가운데 코로나19 밀접 접촉자가 발생하면서 지난달 27일부터 사업장 휴업에 들어가 사업보고서 제출 등에 차질을 빚고 있어 금융감독원에 제재 면제 심사를 요청했다. 주요 종속회사가 중국에 소재한 골든센츄리도 4일 사업보고서 등 서류 지연 제출에 대한 제재 면제 심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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