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관계자 "4주 이상 지속 시 부정적 영향 우려"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사옥이 재택근무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사옥이 재택근무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면서 내 집이 사무실이 됐다. 기업은 물론 공기업, 금융회사까지 연이어 재택근무를 도입하면서 집안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지만 재택근무가 장기화할 경우 얻게 될 부정적인 영향 때문에 기업들의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오전 9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146명이라고 밝혔다. 누적 사망자 수는 12명, 의심환자는 4만4981명에 달한다. 현재도 1만6000명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자 대기업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 LG SK, 한화 등 국내 주요기업들이 일제히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직원 안전과 바이러스 확산 대비를 위해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유급 특별 휴무까지 실시하고 나섰다. 임신부의 경우 전사 유급 특별 휴무와 별개로 20일의 유급 특별 휴가를 추가로 부여한다.

공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경북 김천혁신도시 내 한국도로공사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대구 출‧퇴근자를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직원들의 요청을 받아 탄력근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대구 출‧퇴근자 등에 대해서는 이미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강력한 보안이 필요해 내부망을 사용하는 금융회사도 재택근무를 일부 도입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금융회사 일반 임직원도 원격접속을 통해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금융당국은 전산센터 직원에 한해서 비상상황에는 망분리 예외를 인정해 재택근무를 허용했지만 이번에는 금융회사 일반 임직원도 원격접속을 통한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주만 재택근무를 하는 기업이 많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재택근무가 길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게다가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개학 연기와 맞물려 개학이 더 늦춰지면 가족돌봄휴가 등으로 직장 내 공백이 길어질 수도 있다.

한 베이징 주재 한국기업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시점에 재택근무를 도입했다가 상황이 개선되자 회사 출근 방식을 택했다. 도시락을 싸오도록 해 식사를 같이하지 않고 따로 먹게끔 지시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코로나19가 잠잠해지지 않자 2주 전 재택근무를 재도입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재택근무 장기화에 대해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이미 미국 IBM의 사례에서 재택근무의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다. 그래서 결국 사무실로 돌아갔다”며 “일이라는 것이 사람 간의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재택만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표는 “1~2주간 재택근무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4주 이상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재택근무의 원조 격인 IBM은 지난 2017년 24년 만에 원격근무를 폐지했다. IBM은 매출 부진이 계속되고 업무 효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이 같이 결정했다. 직원들이 마주보며 협업을 내는 것이 업무에 더욱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건강보험회사인 애트너도 재택근무를 시행해 오다 폐지했다.

이미 재택근무자들 사이에서는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협업을 요하는 업무일 경우 불편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IT 기업에 근무하는 A씨는 “잠을 푹 자고 일을 시작해서 좋았지만 예고 없이 메신저로 출석체크를 하는 바람에 4분 가량 늦어 당황했다”며 “정작 다른 부서에 확인할 일이 있어 연락을 취하니 답이 오지 않아 기다림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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