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낮은 유턴기업 지원책···기업·전문가 “인건비 지원 확대·원청의 납품단가 인상 수용 등 상생 노력 관건”

2016년 3월 2일 인천시 남동구의 남동공단 모습. / 사진=연합뉴스
2016년 3월 2일 인천시 남동구의 남동공단 모습. / 사진=연합뉴스

“중국 소주 지역 공장에서 광통신 부품을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해가 말도 못하게 크다. 그러나 한국으로 공장을 옮길 엄두는 나지 않는다. 국내서는 인건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2년간 인건비 지원을 하지만 공장을 2년만 하고 마는 것이 아니다. 또 국내로 돌아갈 경우 원청 대기업이 인건비 상승에 따른 납품 단가 인상을 도저히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광통신 부품인 옵티컬 커넥터, 모듈 등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 A씨 이야기다. A씨는 코로나19 등으로 생산차질 문제가 커졌지만 한국에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26일 <시사저널e>에 밝혔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와 일본의 한국 대상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수급 차질 등에 대한 대응으로 유턴기업 활성화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턴기업 지원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건비 지원이 관건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중소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위해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상 수용, 구매물량 보장 등 상생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7일 업무보고에서 “코로나19 관련 수급 차질이 최소화 되도록 집중 관리하면서 중국 등 해외 진출 소재‧부품기업의 국내 유턴 활성화, 공급망 다변화 등 중장기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에 기업들의 국내 유턴 시 설비 보조금, 입지 인센티브, 설비 자동화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유턴기업 활성화는 국내 일자리 증가 뿐 아니라 기업들의 원활한 부품 수급을 위해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중국 공장들의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부품 등 수급 차질 문제가 생겼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자동차 부품인 와이어링 하니스 등의 물량이 부족해져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멈춘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턴기업 지원 대책은 기존에 해왔던 것으로 실효성이 낮았다. 실제로 정부가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한 2013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국내로 유턴한 기업은 67곳에 그쳤다. 이 가운데 대기업이 복귀한 사례는 현대모비스 뿐이다.

이에 현장의 기업들과 전문가들은 유턴기업 활성화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인건비 지원 강화와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상 수용 및 구매물량 보장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기업들의 가장 큰 부담은 인건비다. 기업들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도 인건비가 저렴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정부 대책의 효과를 높이려면 인건비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업부에 따르면 고용보조금은 노동집약 업종이 주를 이루는 유턴기업에 유용한 혜택으로 현장 기업들의 요청이 많았던 사안이다. 현재 정부는 중소 유턴기업에 1인당 월 60만원씩 2년 동안 고용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윤 평론가는 “기존의 유턴기업에 대한 고용보조금 지원 기간과 지원액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유턴기업에 대한 고용보조금 지원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 이상으로 연장해야 유턴기업이 활성화된다고 밝혔다.

◇ “대기업, 협력사 유턴 시 단가 인상 수용 등 상생 필요”···원청도 수급 안정 이점

현장의 기업들과 전문가들은 유턴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상생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협력사들이 국내로 복귀할 경우 인건비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인상과 구매물량 보장 등을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생 노력은 부품 수급을 안정화 해 원청 기업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앞서 A씨는 “우리 회사는 광통신 부품을 만들어 수출도 하지만 국내 통신 대기업들에 납품도 한다”며 “기존에 중국 공장에서 낮은 인건비로 납품 단가를 맞춰왔지만 국내로 돌아가면 인건비가 올라 원청이 요구하는 수준을 맞출 수가 없다. 그렇다고 원청이 납품 단가를 낮춰주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윤석천 평론가는 “사실상 대기업이 협력사 중소기업들에게 공장을 중국 등으로 옮기라고 해왔다. 인건비를 낮춰 납품 단가를 내리기 위해서였다”며 “그러나 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등이 발생하면서 중국 공장으로부터 부품 수급이 안 돼 원청 대기업들도 생산 라인 자체가 멈추는 등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윤 평론가는 “원청 대기업들은 협력사들이 국내로 돌아와 납품 단가가 오르더라도 이를 구매하도록 합의해야한다. 이는 결국 원청 기업들에게도 위험 회피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며 “중국과 동남아도 발전할수록 결국 인건비는 오르고 규제는 많아진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어려움도 있다”고 했다.

최근 엘지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외에 생산 공장을 보유한 협력사들이 국내로 회귀하거나 국내 생산량을 확대하는 경우 컨설팅 제공, 무이자 자금 대출, 구매 물량 보장 등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국이나 동남아에 공장을 둔 기업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공장 가동이 멈춰 제 3국으로 대안을 찾는 곳이 많다. 그러나 인건비 부담과 납품 단가 인상으로 원청과 계약이 끊길 것을 우려해 국내 복귀는 꺼린다”며 “이러한 부분이 해결된다면 중소기업들의 국내 복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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