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 상인들 “대출 지원 체감 안 돼”
중기부, 2차 소상공인 금융 지원 예고···종전 3배 규모

24일 오전 9시 남대문시장에 위치한 한 상가 내부 전경./사진=김윤진 인턴기자
24일 오전 9시 남대문시장에 위치한 한 상가 내부 전경. / 사진=김윤진 인턴기자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정부에 소비 촉진, 세금 감면 등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촉구했다. 대출, 보증 지원은 수혜 인원이 한정적이고 재정 안정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출 지원 규모를 종전보다 3배 늘리겠다고 예고했다.

24일 오전 9시 기자가 만난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정부가 내놓은 대출 지원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남대문시장 A상가 김아무개(남·47)씨는 “도매상가는 아침에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텅텅 비었다”며 “정부의 대출 지원은 의미 없다. 시민들의 소비를 장려해 달라”고 말했다.

B상가의 이아무개(남·63)씨 역시 “상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 대출은 이자가 무료도 아니고 어차피 갚아야 해 받을 사람도 없다”며 “세금 인하 등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C상가 상인은 “정부 대출 지원은 받고 싶어도 못 받는다. 공지가 나고 다음 날 알아보니 이미 마감됐더라. 모든 상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또 최근 남대문시장에 ‘착한 임대인 운동’이 번지고 있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는 상인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최근 건물주들이 입주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려 시작한 운동이다. 남대문시장뿐 아니라 전주, 대구, 김포 등 전국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B상가 김아무개(남·65)씨는 “임대료 인하는 일부에 해당하는 얘기”라며 “한 상가 내에 지주가 100~200명이다. 다들 본업도 따로 있고 한자리에 모여서 임대료 인하를 논의하기 쉽지 않은 데다, 이 상황에 임대료를 올리겠다는 지주도 있다”고 지적했다.

24일 오후 2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한 상가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윤진 인턴기자
24일 오후 2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한 상가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김윤진 인턴기자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들에 대한 금융 지원을 3000억원대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임대료 인하로 피해 점포를 지원하는 건물주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소상공인 금융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며 “기획재정부와 논의해 2차 금융 지원에서는 규모를 종전보다 3배 확대할 방침이다. 지원 대상은 신용등급 9등급까지 넓히기로 했다. 10등급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당국은 1차로 소상공인에 1200억원, 중소기업에 1300억원의 대출 및 보증을 지원한 바 있다.

박 장관은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한 건물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착한 건물주가 많은 시장에 혜택을 주겠다. 임대료를 낮추는 지주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기재부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중기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상가 23개의 건물주 대표 130여명이 임대료를 인하하거나 동결하기로 했다. 상인들에게 임대료는 원재료 다음으로 지출이 많은 항목이다. 영업비용의 20%를 임대료가 차지하는 만큼, 상인들의 재정 안정에 도움을 주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박 장관은 이어 “남대문시장에 1만1000개 점포가 있는데, 이 중 3000개 점포 지주들께서 3개월간 임대료 20% 인하를 결정하셨다”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상심하는 상인도 있을 텐데, 앞으로 착한 임대인 운동이 더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건물주 대표들은 상인들과 상생하며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했다. 한 건물주 대표는 “상인들이 살아야 건물주도 산다”며 “정부 지원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상인들을 위해 마스크, 손세정제를 보급해주시고, 건물주들 세금 부담도 줄여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시장 상인 대표는 “임대료 인하 혜택을 못 받는 상인도 많다”며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세재 부담도 줄여주시고, 시장 방역비용도 지원해주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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