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확대는 이뤘지만 그만큼 큰 비용 치러···향후 소액주주 확보 등 반전할 기회는 아직 있어

경영권 분쟁을 하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경영권 분쟁을 하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한진칼 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의 신경전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조 전 부사장과 KCGI가 지분율 상승에 대한 비용을 치르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또다시 반전이 나타날지에 업계 시선이 집중돼 있다.

처음 조 전 부사장과 KCGI가 힘을 합치겠다고 발표했을 때 항공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조 회장이 오는 3월 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을 받을 수 있을지 한순간에 불투명한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원태·조현아·조현민 남매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지분 구성을 보면 모두 힘을 합해야 지분 싸움에서 승산이 있도록 돼 있었다”며 “한 명이라도 KCGI와 손을 잡으면 표 대결에서 힘들어지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때만 해도 조 회장이 수세에 몰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졌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까지 힘을 합치게 되자 조 회장이 연임을 못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명희 고문, 조현민 전 전무와 지분을 합해도 1.39% 차이로 근소하게 앞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상황이 조 회장에게 유리하게 뒤바뀌는 모양새가 됐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 회장을 지지하겠다고 나서고, 3자 연합에서 내세운 김치훈 한국공항 상무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3자 연합 측은 김 상무가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 건강상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미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고 조 회장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후였다.

이처럼 3자 연합은 지분율을 상승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잃었다는 평을 듣는다. 우선 가장 타격이 큰 쪽은 조 전 부사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 부사장은 이번 주총에서 패배하게 될 경우 호텔 쪽 사업을 다시 진행하는 것이 힘들어질 공산이 크다. 사실상 이번 사태로 조 회장 측과 완전히 틀어진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영과 관련해 이긴다고 해서 어떤 것을 얻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KCGI 역시 지분 확보에 대한 비용을 치렀다. 명분이 퇴색했다는 점이 가장 크다. 한진 일가를 비판하며 시작한 경영권 싸움이었는데, ‘땅콩 회항’ 등으로 논란을 겪고 해외 명품을 몰래 사들여 온 혐의 등으로 기소까지 당했던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으며 명분이 애매해졌다. 이 명분은 국민연금을 움직이는 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KCGI에게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였다.

다만 조 전 부사장과 KCGI도 끝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다시 한 번 상황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찌 됐든 확실한 지분을 확보한 만큼, 소액주주를 끌어모아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KCGI는 오는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진그룹 경영의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분석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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