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인수한 독일 ‘말 농장’ 처분 수순···지난해 한국 귀국
그룹 3세 경영 본격화···“경영능력 입증해야 승계 작업 수월할 것”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의 거취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불미스러운 일로 그룹을 나와 독일에 머물러 온 김 전 팀장이 한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한화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막내인 김 전 팀장의 복귀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업계의 관측이 나온다.

4일 재계에 따르면 김 전 팀장은 독일 벡베르크 소재 말 목장을 매물로 내놓고 한국에 돌아왔다. 해당 농장은 김 전 팀장이 2017년 술집 난동 사건 이후 그룹에서 물러난 뒤 독일로 넘어가 진행한 첫 사업장이다. 김 전 팀장은 2018년 농장을 인수해 종마 관련 사업을 시작했지만 큰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내로 돌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승마클럽에서 승마 연습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한화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 된 만큼 김 전 팀장의 경영승계 작업도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지난해 말 승진 하면서 경영전면에 나온 상황이다. 김 부사장은 지주사 한화의 전략부문장도 역임하고 있다. 차남 김동원 상무 역시 해외사업과 미래혁신사업 총괄을 거친 뒤 지난해 8월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O)에 올랐다. 막내인 김 전 팀장만 자리를 잡으면 경영 승계 작업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화그룹에선 건설과 레저(호텔·리조트)·유통(백화점) 등의 계열사가 김 전 팀장의 몫으로 분류된다. 김 전 팀장의 복귀 계열사는 한화건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2014년 한화건설 해외토건사업본부 과장으로 재직하며 경영수업을 쌓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 2017년까지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을 맡았다. 업계에선 최근 한화건설이 재도약에 박차를 보이고 있는 만큼 김 전 팀장의 합류도 빨라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건설은 최근 이라크, 베트남 등 글로벌 도시개발 분야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한화건설 실적 악화의 주범이었던 ‘이라크 미스마야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정상화되며 실적이 크게 개선됐고, ‘베트남 빈증신도시 개발 사업’도 곧 진행된다. 안정적인 해외 실적과 꾸준한 주택 사업에 힘입어 신용등급도 4년여만에 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또 한화건설은 최근 사옥을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으로 이전했다. 2014년 여의도 전경련회관으로 사옥을 이전한 이후 약 5년만의 복귀다. 또 지난해 말에는 신규 아파트 브랜드인 ‘포레나’를 선보이며 주택 사업 부문에서 재도약에 나섰다. 특히 한화건설은 김승연 회장이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다. 이라크 신도시 프로젝트 수주를 김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전략적 변곡점에 있는 지금이 김 전 팀장의 복귀 적기라는 평가다.

업계에선 김 전 팀장이 독일 내 3개 음식점을 운영하는 것도 ‘경영 수업’의 일환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는 지난해 2월 독일 서남부 뒤셀도르프에 중식당 ‘DAS WOK’를 시작으로 한식당 ‘DAS AZIT’, 일본식 샤부샤부 레스토랑 ‘DAS SHABU’ 등을 열었다. 리조트와 유통은 외식 사업과 연관성이 큰 사업인 만큼 향후 해당 식당들이 사업에 투입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1989년생으로 32세에 불과한 김 전 팀장의 나이를 고려하면 국내 경영 일선에 뛰어드는 건 아직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하지만 입사 16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오른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40세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나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공백이 있었던 만큼 빠른 복귀가 필요해 보인다”며 “이후 다양한 사업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경영 능력을 입증 받아야 승계 작업에서도 잡음이 없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화건설은 김 전 팀장이 현재까진 한화그룹에서 떠난 상태이기 때문에 복귀 일정을 파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현재 자연인 신분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계획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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